국군포로 북 상대 2차 손배소송 3년 만에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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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잡혔다가 탈북한 국군포로와 유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3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지난 2020년 다른 국군포로들이 승소한 것과는 별개의 재판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중 포로가 돼 북한에 끌려갔다가 지난 2001년 탈북한 93살 김성태 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앞에 나와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빨리 마무리해 달라며 사법 당국에 호소했습니다.

김성태 씨 :대한민국을 위해, 조국을 위해 싸운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무관심한 정부가 세상에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기가 막힙니다. 빨리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19살 나이에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5일 만에 북한 군과 교전 중 포로로 붙잡혀 북송된 김 씨는 포로수용소에 갇혔다가 수 년 간 강제노역에 시달렸다며,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를 비롯해 같은 처지에 놓인 국군포로 5명이 함께 지난 2020년 9월 제기한 소송은 3년 가까이 지난 이 날에야 재개됐고, 이 기간 동안 원고 5명 중 3명이 재판을 기다리다 별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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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초구 법원삼거리 앞에서 열린 ‘31개월만에 열리는 탈북 군군포로 5인의 북한 상대 손해배상 2차 소송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에서 원고인 김성태 어르신이 발언하고 있다. / RFA PHOTO

북한 당국과 김 총비서에게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어 이와 관련한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일이 소요된 것입니다.

소송을 대리한 한국 인권단체 '물망초'의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잡힌 10만여 명을 전부 탄광에 배치해 강제노역을 시키면서도 국군포로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거짓말을 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부터 고령의 국군포로 80명이 스스로 탈북해오면서 북한 측 주장이 거짓임이 탄로 났다며, 이와 관련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의 말입니다.

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 :대한민국 법정에서 이 분들을 강제로 억류하고 불법으로 노동에 내몰았던, 제네바 협약과 국제노동규약을 위반했던 북한 정권을 단죄하고 그 책임을 묻는 날이 반드시 와야 할 것입니다.

물망초 송환위원회는 "탈북 국군포로 80명 가운데 13명 만이 생존한 상황"이며, 이들 마저도 평균 90살을 넘긴 고령으로 매년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군포로 측 법률대리인 심재왕 변호사는 앞서 두 명의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 총비서를 상대로 낸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긴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심재왕 변호사 :이미 대한민국 사법부는 국군포로 장기 억류 및 강제 노역에 대해서 불법행위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기 때문에, 늦게나마 오늘 시작되는 이 재판에서도 당연히 북한과 김정은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은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 총비서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지난 2020년 7월 다른 국군포로 두 명은 북한과 김 총비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이는 북한이 국군포로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한국 내 첫 사례였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