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 씨가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들의 실상을 알리고 이들에 대한 추모와 명예회복을 위한 청원서를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 5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의해 포로가 된 뒤 지난 2000년 탈북해 귀환한 유영복 씨가 ‘국군포로 추모탑’ 건립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한국 대통령실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국군포로들의 명예 회복과 이들에 대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유 씨의 청원서 전달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영복 씨는 한국 대통령실에 제출할 자필 청원서를 통해 “북한은 수만 명의 국군포로들을 강제로 억류해 북한의 여러 탄광, 광산 등지에 투입해 고된 노동을 강요하고도 한 명의 국군포로도 없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실상을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상징물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씨는 청원서를 통해 국군포로 추모탑 건립, 국군포로들이 북한에서 겪은 인권유린 사례를 담은 기록물 등을 한국 전쟁기념관에 전시할 것, 탈북 국군포로가 세상을 떠날 경우 유족의 뜻에 따라 이들을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을 고려해 줄 것 등을 요청했습니다.
탈북 국군포로들을 ‘귀환용사’로 불러 달라는 유영복 씨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생존한 귀환용사들이 고령이기 때문에 증언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들이 겪은 실상을 표현할 상징물이 있다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내 국군포로들과 그 가족들이 여전히 심각한 인권유린을 겪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영복 씨 :국군포로가 북한에 억류됐던 사실이 이미 다 공개됐지만 (북한이) 억지 주장을 하기 때문에 제가 계속 증언을 하는데요. 증언보다도 전쟁기념관에라도… 현실적으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고 가족들도 왔다는 걸 그 기념관에다가 '국군포로 코너' 식으로 만들면 한국 사람들도 보겠지만 외국인들도 와서 볼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외국 사람들도 북한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구나란 것을 알겠죠.
유 씨는 자필 청원서와는 별도로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에게 자필 서한을 보내 지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대북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유 씨는 “지난 2000년 한국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북송했지만 그 당시 왜 국군포로, 납북자는 단 1명도 데려오지 못했나”라며 “(당시 한국 정부가) 그런 요구조차 했다는 말이 없으니 비굴한 처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전향 장기수는 인민군 포로나 북한의 남파 간첩 가운데 사상 전향을 거부하고 수십년 간 한국에서 복역한 이들을 의미합니다. 남북은 지난 2000년 열린 정상회담 합의문을 통해 이산가족 행사 개최와 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에 합의했고 당시 한국 정부는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보낸 바 있습니다. 다만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는 당시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지난 2018년 평양 정상회담까지 채택된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도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유 씨는 “과거 한국 정부가 많은 대북지원을 했지만 북한은 이를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핵개발에 사용했다”며 “새 정부는 반드시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망초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생존한 탈북 국군포로들이 고령인 상황에서 유영복 씨가 국군포로들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준 물망초 팀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생존한 국군포로들의 경우 고령에 지병도 있는 분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끼신 것 같다”며 “청원서는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탈북해 한국으로 귀환한 한국전쟁 국군포로는 모두 80명입니다. 현재 생존한 국군포로는 단 14명뿐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래 일관되게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