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취임 첫 일정으로 납북가족 면담…일부 가족, 참석 못해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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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첫 대외 일정으로 납북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다만 일부 피해가족들이 이날 면담에 참석하지 못하고 통일부 앞에서 이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3일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관련 단체장 및 가족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취임 첫 대외 일정이었기 때문에 그 상징성이 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장관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전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는 묻히게 된다며 종전선언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김 장관은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는 북한이 한국 국민에 가하는 인권문제”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도 끝없이 개선해야 하지만 북한이 한국 국민에 가하는 문제에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장관이 조만간 장관 직속의 납북자 대책반을 신설해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의 창의적 해법을 도모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납북 피해가족들은 일본의 납치문제대책본부를 본뜬 정부 기구 신설을 요구해 왔습니다.

김 장관은 납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억류자 등의 문제에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행태도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로 북한을 압박해 납북자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김영호 장관과의 면담에는 북한 억류자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와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명예이사장,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등 5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김 장관이 첫 일정으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관련 단체장 및 가족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거듭 감사하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김정삼 씨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 장관에게 사의를 표하며 억류자들의 생사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삼 씨 : (동생이 억류된 지) 10년이 됐는데 생사확인이 안됐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제 새롭게 통일부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 전담 부서를 만들고, 거기에 억류자 생사확인이라든가 석방,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얻어서 방북이라든가 생사확인, 석방 및 송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명예이사장은 “종전선언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미일 명예이사장은 매년 단체가 주최하고 있는 납북자 기억의 날 행사를 정부 차원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국민에게 납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명예이사장:기억의 날 행사는 정부가 주관해서 외빈들도 많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 항상 우리 피해 가족들끼리만 모여서 집안 식구들끼리 기억하는 그런 행사는 여론화에도 도움이 안 되고, 우리끼리 기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국민이 기억해 주는 게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교과서에도 이런 내용을 실어야 한다는 내용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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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통일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장. /국군포로가족회 제공,

이런 가운데 이날 일부 국군포로 및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김영호 장관과의 면담에 배제됐다며 통일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각에서는 통일부가 김 장관의 첫번째 대외 일정 조율을 정교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면담에서 제외된 사유 및 면담 일정 변경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국군포로 지원 단체는 장관과의 면담에 초청됐음에도 정작 피해 당사자인 국군포로 가족들은 면담이 이뤄지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하며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대한 통일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손 회장은 “통일부가 국군포로 피해 가족 단체들이 갈라져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면담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며 “그런 사정과 장관과의 면담이 어떤 관련이 있어 배제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당초 지난달 31일 통일부로부터 면담 초청이 있었지만 명확한 설명 없이 3일 면담의 규모가 축소됐다며 초청을 취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각 분야별로 전후납북자, 전시납북자 및 국군포로를 지원했던 단체 등 대표성을 기준으로 초대했다”며 오늘 초대받지 못한 단체의 경우 별도의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손 회장과 황 대표에 따르면 통일부는 별도의 면담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양측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통일부의 진정성을 확인해야 면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