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호주 청년, 석방 후 아내와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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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 억류되었다 약 10일 만에 석방된 호주 즉 오스트랄리아 청년 알렉 시글리 씨가 일본에 있는 아내와 상봉했습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5일부터 행방이 묘연하던 알렉 시글리 씨가 스웨덴 즉 스웨리예 정부의 도움으로 4일 전격 북한에서 풀려나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5일 일본에서 아내와 상봉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제가 무사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또한 저의 안위를 염려해 준 모든 이들, 그리고 지난 억류 기간 중 저의 가족에 대해 지지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는 특히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그의 석방에 힘써 준 스웨덴 정부의 켄트 롤프 마그누스 해슈테트(Kent Rolf Magnus Harstedt) 대북 특사,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와 마리스 페인(Marise Payne) 외무장관에 대해 사의를 표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북한에 외교 공관이 없는 호주를 대신해 북한에서 영사 업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글리 씨는 또 호주 외무부 관계자 등 뒤에서 물심양면 노력해 준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시글리 씨 가족의 레슬리 파커(Lesley Parker) 대변인은 그러나 시글리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나 공개 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들이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생활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알렉 시글리 씨는 북한 김일성 대학에서 조선문학 전공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으로 통일 투어스(Tongil Tours)라는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인터넷사회연결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일상과 음식, 거리 등을 상세히 소개해 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4일 북한에서 평양 류경호텔에 관한 트위터를 마지막으로 외부 세계의 가족·친구 등과 연결이 두절되면서 북한 억류설이 제기됐지만, 호주 정부는 스웨덴 등을 통해 그의 소재와 안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호주의 모리슨 총리는 지난 4일 페인 외무장관과 공동 성명을 통해 시글리 씨가 북한에서 억류되었다 풀려났다며, 신속한 석방을 위해 도움을 준 스웨덴 정부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는 석방 후 중국 공항에 도착해 “나는 괜찮다. 아주 좋다”라고 심경을 밝혔지만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전격 석방되면서 2015년 12월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억류된 지 17개월만에 혼수 상태로 귀환했지만 1주일도 채 못 돼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해 잘 알고, 북한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고 말해 온 시글리 씨까지 북한에 억류됐던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