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단체들, 윤 대통령에 서한...“탈북민 강제북송방지 개정안, 재발 막기에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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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의 8개 북한 인권단체들은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을 막기 위해 통일부가 내놓은 개정안이 불충분하다는 서한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의 북한 인권단체들은 27일 통일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으로는 제2의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 재발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공동서한을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7일 통일부 장관이 한국에 온 모든 탈북민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중대 범죄자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먼저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의 보호 의사를 확인하도록 한 개정안 내용과 관련해 “탈북민은 한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탈북민의 보호 의사를 부정하는 것을 합법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들은 그러면서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탈북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법관이 탈북민의 보호 의사 표시를 단순히 구두 및 서면으로 확인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통일부는 행정부에 속해있으며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가진 사법기관에서 탈북민의 보호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전혀 도움이 안 되죠. 통일부는 행정부에 속해있기 때문에 결국 통일부 장관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밑의 통일부 공무원들도 장관이 결국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능한 한 정치적이지 않은 독립성을 갖춘 사법기관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안전한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단체들은 통일부 장관이 중대 범죄자에 대해 수사의뢰 또는 그밖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수사의뢰를 행정적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통일부 장관이 수사의뢰가 아닌 ‘그밖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는 개정안의 내용은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삭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단체들은 탈북민이 해외에서 보호신청을 할 경우 외교부 장관이 신변안전 보호 및 국내 입국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헌법에 따라 법적 의무로 명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나아가 난민법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명문화하고 난민신청자에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것처럼 한국 역시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에 관련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난민법 제3조는 난민인정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신청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난민법 제12조는 난민신청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특히 ‘보호를 신청한 탈북민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을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에 신설할 경우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준수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15년 11월, 2019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탈북민에게 변호인에 대한 접근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탈북민의 기본적인 법적 보호책 마련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단체들은 이어 국정원이 ‘임시보호조치’라는 이름으로 시행하는 탈북민 구금 조치가 국제인권조약에 규정된 신체의 자유 존중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관련 권리를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에 성문화할 것과 형사 피의자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을 강제북송하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제 와서 국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 같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분석관은 “북한을 상대로도, UN에서도 강제북송된 두 사람의 생사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추궁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것이 전 정부가 잘못했던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덧붙였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우리 정부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북한을 상대로도 그렇고 UN에서도 두 사람의 생사 여부라든가 현재 소재 같은 것에 대해서 계속 추궁을 해야죠.

이날 공동서한에는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북한인권시민연합(NKHR), 휴먼아시아, 물망초, 씽크(THINK)와 캐나다의 한보이스, 미국의 노체인, 영국의 징검다리 등 8개 단체가 함께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개정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거쳐 3월 중 내용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