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실 “탈북민 강제북송, 국제법·헌법 위반한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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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11월 이뤄진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국제법과 헌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 12일 탈북민 강제북송 현장 사진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가운데 한국 대통령실은 당시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민 2명을 강제 북송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선상에서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강인선 한국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기자 설명회에서 지난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을 언급하며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탈북민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 북한으로 인계되지 않으려 버티는 모습 등이 담겨 있습니다.

강인선 한국 대통령실 대변인 :만약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입니다.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으로 넘어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밟아야 할 정당한 절차가 있다”며 “그런 과정들을 거쳤는지,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향후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가칭 ‘반인도적 탈북민 강제 북송 진상규명 TF’를 조직해 진상규명 작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해당 TF의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주 내로 TF 위원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국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북민 강제북송 현장 사진 공개와 관련해 “국회 자료요청으로 건네줬을 경우 전반적으로 (언론에) 다 퍼지지 않을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공개한 것”이라며 “언론 편의를 위해 공개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선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한국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을 하고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절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행정적 조사를 잠깐 한 것으로 살인죄를 단정해 북쪽으로 추방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한변은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형사 고발할 예정입니다.

한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주위적으로는 살인미수, 체포감금 등의 공범으로, 예비적으로는 직무유기의 혐의로 형사고발 할 것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변은 “사진을 통해 드러난 탈북어민 강제북송 현장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인도적 범죄현장”이라며 “한국 영토 내에서 귀순 의사를 명시한 탈북어민 2명을 강제북송한 것은 한국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2일 나포한 탈북민 2명을 닷새만인 7일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 통일부는 추방 근거로 이들이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 결정은 탈북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착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이들을 강제북송시킬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당시 한국 정부가 짧은 시일내에 탈북민 2명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는 점, 당시 탈북민들이 흉악범일지라도 귀순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헌법상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을 수용해야 했다는 점, 이들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사법절차 없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이들을 흉악범죄자로 단정해 북송한 점 등이 지적됩니다.

특히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한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한 것은 해당 협약 제3조, 고문 위험 국가에 개인을 추방, 송환, 인도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반면 해당 사건 발생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북송 탈북민들은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었고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추방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TF의 김병기 의원은 “합동정보조사에서 귀순 관련 진술과 행동의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해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한국 국민의 안전에 맞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