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대통령실이 지난 2019년 11월 벌어진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한국 정부는 탈북민 강제추방을 규정한 법률은 한국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4일 탈북민들을 한국에서 추방하는데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법률은 한국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북한이탈주민법과 출입국관리법 등을 거론하며 탈북민 강제북송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던 당시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탈주민법이 탈북민 북송의 근거로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북한 주민의 추방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은 (한국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된 지난 2019년 11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의 경우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통일부가 언급한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일뿐 해당 법에는 추방과 관련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해당 법 9조에 따르면 살인 등을 저지른 중범죄자의 경우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조항이 탈북민 강제북송의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게 현재 한국 정부와 여러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 정착지원 및 그 대상자 선정에 대한 사항을 규정할 뿐이라는 겁니다.
한국 법무부도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언급한 출입국관리법이 탈북민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탈북민 강제북송 이후인 지난 2019년 11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북민 북송 조치에 대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와 비슷하다”며 탈북민들을 외국인에 준하는 신분으로 판단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 법무부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출입국관리법에서 강제퇴거의 대상자는 외국인이므로 헌법상 한국 국적 보유자로 판시하고 있는 북한 주민은 강제퇴거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유 의원실 측에 “귀순의사를 표명한 북한 주민은 출입국관리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상범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의 귀순 의사에 반하여 이들을 강제 송환한 것은 한국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한 행위이자 공권력에 의한 심각한 북한인권 침해 방조”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여야는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정치적 목적으로 과거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검 등 구체적인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탈북어민은 나포 당시부터 귀순의사를 밝혔고 조사과정에서 귀순 의향서를 작성했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법을 무시하고 귀순의 진정성을 운운하며 정치적 독심술로 강제북송을 결정했습니다. 인권도 법도 자의적으로 처리해버린 것입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이수진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송된 탈북민들을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한국 국민의 안전을 해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의 한국지부는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앰네스티는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2019년 11월 사건 발생 당시의 입장을 견지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와 북한인권단체의 책임자 고발 등과 관련한 결과가 나와야 추가 입장 및 활동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 2019년 11월 14일 한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조치가 난민들을 박해가 우려되는 국가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탈북민 2명의 범죄 혐의가 확인되기 전에 이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북송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한국 정부가 부인한 것이며 이는 비인도적인 조치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