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한국 정부 가해자인 최초의 북 인권침해 사건”

0:00 / 0:00

앵커: 북한인권 실태를 기록 하는 한국 내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윤여상 소장은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그동안 축적한 사건 중 한국 정부가 가해자로 기록된 최초의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과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의 공동 주최로 15일 국회에서 열린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방지 방안 마련 토론회.

발제를 맡은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한국 헌법과 법률은 한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을 어떤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할 수 없게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소장은 “위장귀순의 혐의가 있는 경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이후 비보호대상자가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주민등록증을 갖고 한국에서 살게 된다”며 “탈북민이 한국에 남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면 어떤 이유로 왔고 신분이 무엇이든 수용하는 것 외에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 한국의 법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소장은 또 “법원 판결을 통해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 법원의 결정도 없이 행정조사에 불과한 심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송환을 결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소장은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북한인권정보센터에 축적된 8만 2천여 건의 사건 중에서 한국 정부가 가해자로 기록된 최초의 북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여성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저희들이 13만여 건의 북한 인권 관련 사건,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 8만 2천여 건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8만 2천여 건의 사건 중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인권 가해자로 등록된 첫 번째 사건입니다.

윤 소장은 탈북민 선원이 16명의 동료를 살해한 흉악범이었기 때문에 북송을 했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법적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국민적 정서를 자극하며 지지세를 모아 정치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관계기관이 합동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은 행정적인 판단, 잠정적인 판단에 불과하다”며 “행정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탈북민 선원의 살인죄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어떠한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탈북민 선원 2명이 16명을 연쇄 살인했다는 것은 행정적인 판단에 불과합니다. 왜냐. 그들(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은 사법수사, 범죄수사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유죄를 확정할 수가 없어요. 유죄는 어떻게 확정되느냐. 대한민국의 법관이 하는 겁니다. 범죄수사를 해서 재판 절차를 거쳐서 법관이 해요. 이 사람들(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이 법관입니까.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예전보다 훨씬 법리를 축소하여 직권남용죄를 인정하는 것이 최근 추세지만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헌법상 기본 원칙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반드시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 : (직권남용죄가)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라든가 통일부라든가 국정원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했을 때 저는 절대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거의 확신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헌법상 인정되는 영장주의, 인권 보호의 적법 절차에 관한 기본 원칙을 깡그리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이 사건은 탈북민 사회에 많은 공포를 주었고 탈북민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 상임대표는 “한국에 있는 3만 5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의 형제이며 가족”이라며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이 어떤 결말로 가는지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과 강제북송을 진행하는 중국, 러시아, 일부 동남아 국가 등이 지켜보고 있다”며 “이 사건을 어떻게 종결짓는지에 따라서 향후 세계 인권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기호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장은 이날 TF 2차 회의에서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유엔사에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관련 지원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민 선원의 호송 전반에 결정을 내린 주체가 어디인지 문제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의 이효정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관계부처 협의에서 송환 절차가 결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이후 탈북민 선원을 송환한 것은 총 47회”이고 “(보수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해상월선 57명, 박근혜 정부 기간 82명을 북송했다”며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 사건은 송환 경로, 방식, 소요기간 등이 이례적이지 않았다”며 “이례적이었던 것은 통상적인 해상 귀순과 달리 흉악범죄 후 도피라는 불순한 의도에서 탈북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한국 연합뉴스에 2010년 이후 북한 주민이 해상 등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온 이후 북한으로 송환된 경우는 총 47회가 맞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 사진들을 찾아보면 2019년 11월 강제북송 사건의 탈북민 선원들처럼 돌아가지 않으려고 강하게 저항하거나 자해하는 등의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 정부가 우리 영역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가운데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해 조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는 동해에서 나포된 탈북민 선원 2명에 대해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반인륜적 범죄자이며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며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북송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는 지난 11일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은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달라진 입장을 보였고 지난 14일에는 “탈북민들을 한국에서 추방하는데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도 이날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공동서한에 대해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부의 답변은 보편적 국제인권규범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부적절했다”며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 등은 지난 2020년 1월 문재인 정부에 공동서한을 보내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당시 인권에 대한 어떠한 고려가 있었는지 질의했고 문재인 정부는 같은 해 2월 답변서에서 “탈북민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