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무부는 탈북민 선원이 강제북송되기 전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법리검토를 진행했고 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9년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실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강제북송은 여러 부처가 협의해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정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배치되는 한국 법무부의 입장이 나왔습니다.
법무부는 20일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이 진행되기 약 3시간 전인 2019년 11월 7일 정오 무렵 청와대로부터 강제북송에 대한 법리검토를 요청받았고 법적 근거가 없으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정치적 범죄자 등 비보호대상자에 대해 지원할 의무가 없지만 이와 별개로 이미 입국한 비보호대상자를 강제출국할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또 “외국인을 전제로 하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출국 조치 역시 (외국인 신분이 아닌 탈북민 선원에게) 적용하기 어려우며 사법부의 결정 없이 강제북송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보고서를 통해서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조치와 관련해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협의가 있었다는 정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이날 법무부 주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는 탈북민 선원에 대한 강제북송을 미리 결정하고 11월 5일 결정사항을 북측에 통보한 이후 11월 7일 탈북민 선원을 강제북송하기 약 3시간 전에야 법무부의 의견을 물은 것입니다.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이후 3시간 안에 법리검토를 마쳤는지, 검토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는지 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현재 확인 중에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탈북민 선원이 강제북송되기 전 법무부가 법리검토를 마치고 검토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면 청와대는 법무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받고도 강제북송을 강행한 것이며 법무부가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전 청와대가 강제북송을 진행했다면 청와대가 책임면피용으로 부처 협의 모양을 취한 후 졸속으로 북송했다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제북송된 탈북민 선원 2명이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발표가 거짓이라는 증언이 탈북민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기호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TF 위원장은 이날 TF 3차 회의에서 탈북민 증언을 근거로 강제북송된 탈북민 선원은 사실 탈북을 알선한 브로커이며 북한 당국에 계획이 발각되자 한국으로 건너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 선원에 의해 오징어잡이 배에서 살해됐다고 발표한 동료 선원 16명은 사실 김책시에서 탈북하려 했던 5가구 주민들이며 현재 이들의 생사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탈북민 선원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이들을 송환받기 위해 한국 정부에 한 거짓말”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조사를 통해 확인했을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동 TF 대변인은 회의 직후 증언한 탈북민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알릴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을 확보한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이 인권 침해라며 합당한 조처를 해달라는 진정을 접수한지 하루만에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지난 18일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인권위는 19일 조사관에 해당 진정을 배정했습니다.
인권위법 제32조 1항은 ‘수사 중인 사건은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형법상 직권남용, 불법체포, 불법감금 등의 사안으로 진정이 접수된 경우에는 각하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