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범죄자라도 탈북민 북송하면 안 돼”

0:00 / 0:00

앵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탈북민이 범죄자라고 해도 사법제도의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북한에 보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탈북민이 범죄자라고 해도 한국에 귀순해 머물겠다는 사람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9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북한이탈주민법 일부 개정안과 관련해 “사법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는 곳(북한)에 보내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전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 핵심 인사들은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킨 혐의, 탈북민 선원이 한국 법령ㆍ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통일부는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20일 통일부 장관이 한국에 온 탈북민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중대 범죄자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법안은 외통위에 계류 중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말입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주변에 있는 사람 증언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제한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제한 범위 내에서 우리 국내 사법제도 안에서 재판하는 게 좋지 사법제도에 대해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는 곳에 보내거나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탈북민이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 사실을 한국에서 확인해 처벌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북한이 제공한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탈북민의 범죄 여부를 확인하는데 “여러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제한 범위 안에서 한국의 사법제도로 재판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또 “북한이나 제3국에서 이뤄진 범죄에 대해 한국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4년 수원지방법원은 북한에 있을 때 보위부에 협력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민에게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이 사례는 북한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한국에서 사법적 처벌이 이뤄진 최초의 사례입니다.

한국 법원이 북한이 아닌 지역에서 저지른 탈북민의 범죄에 대해 판결한 사례까지 범위를 넓히면 중국에서 다른 탈북민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탈북민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2012년 1월 의정부지법 판결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권 장관은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 인권 및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고 납북자ㆍ미송환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북한 인권에 대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주요국ㆍ국제기구 등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 동향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비난과 반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역별ㆍ단체별 규탄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중국과의 교역은 코로나 봉쇄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4월 28일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청년동맹 복수결의모임 등 규탄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발표에 따르면 북·중 간 올해 1~3월 누적 교역액은 4억 8000만달러를 기록해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의 95% 수준까지 회복됐습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 실태와 관련해 “북한이 무단 가동하는 공장 개수는 10여 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위성사진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결과 이같이 추론된다고 설명했고 “근로자 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장관 명의의 성명 발표 이후 북한에 책임을 묻는 조치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권영세 장관은 지난 4월 11일 북한의 개성공단 내 한국 설비 무단 사용에 대해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 통일부 산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들을 내세워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지난달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 결의안에 북한의 개성공단 내 한국 설비 무단 사용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을 삽입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