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탈북민 강제북송하는 중국에 ‘보호책임’ 외면 비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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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민 강제북송 행위를 근절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보호책임(R2P) 이행 실패를 근거로 국제무대에서 비판을 가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시민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25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한 ‘탈북민 강제북송 우려와 중국의 국제법상 의무’ 세미나.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중국 당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행위는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국제범죄 행위에 협력하고 방조한 행위로, 분명히 보호책임(R2P) 이행에 실패한 것으로 비판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호책임(R2P) 원칙이란 집단살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도범죄 등 4대 국제범죄와 관련한 상황을 예방할 책임을 1차적으로 주권국가에 부과하되 국제공동체도 이를 지원하고 만일 영토국가가 1차적 책임 이행에 실패할 경우 유엔 안보리를 통한 강제조치까지 동원해 보호 의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입니다.

2009년 1월 제출된 유엔 사무총장의 보고서(“Implementing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는 보호책임(R2P)에 관해 포괄적으로 다룬 유엔 사무국이 마련한 첫 번째 문서로 보호책임 이행에 있어서 3기둥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보호책임 이행의 제1기둥은 주권국가의 보호책임(protection responsibilities of the state)이며 제2기둥은 개별국가의 보호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국제적인 지원을 통한 역량강화(international assistance and capacity-building), 제3기둥은 국제사회의 시의적절하고 단호한 대응(timely and decisive response)입니다.

조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1차적 보호책임(제1기둥) 이행을 지원해야 할 국제공동체의 지원책임(제2기둥)을 공유하고 있으며 아울러 더욱 적극적인 국제공동체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제3기둥까지 적극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탈북민을 강제북송했다”며 국제공동체의 일원은 물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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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에 나선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모습. / RFA PHOTO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더군다나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데 제3기둥 책임도 있고 제2기둥 책임도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영토국(북한)이 오히려 범죄를 할 수 있도록 방조를 하고 협조를 한 것이죠. 보호책임(R2P) 관련 이야기를 중국에 대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 교수는 다만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해 인정했던 노예화, 구금, 강간, 고문, 기타 비인도적 행위 등을 중국 내 탈북민 상황에 주장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규정 제6조가 규정하고 있는 집단살해(genocide)와 관련해 중국ㆍ북한에 대해 강제이주 등을 자행한 것으로 주장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교수는 한국 정부가 중국 내 구금 중인 탈북민 실태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강제북송 금지 등 국제법상 의무를 재차 중국에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고 내년부터 한국 정부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유엔 안보리에서 보호책임(R2P) 관련 논의를 미국, 일본 등과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중국이 국제법과 규범을 어기고 무소불위 행태로 나아가는 것에 굴종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여러분들은 순간순간 생명을 위협받는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하지 못해 탈북민들의 심정을 잘 모를 것”이라고 호소했고 “민간단체들이 중국 내 브로커 등 각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여러분들은 이 탈북민들의 심정을 잘 모릅니다. 그 순간순간 진짜 압박되는 생명의 위협, 정말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을 못 해봐서 잘 모를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태 의원은 “통일부가 북한을 이탈해 주변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을 데려오는 일을 주요 업무로 다룰 때가 됐다”며 “중국 등 주변국에 있는 탈북민들을 무사히 데려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태 의원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 취임 이후 탈북민 강제북송 차단, 한국행 실현을 위해 주변국 방문을 진행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해외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고 주변국들은 탈북민 강제북송에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엔은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중국 등 북한 주변국에 대해 탈북민 강제송환금지 등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0월 유엔 총회에 첫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제출하며 "현재 약 2000명의 탈북민이 중국에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억류돼 있으며 국경 봉쇄가 풀리면 강제북송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효정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6월 2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정부는 해외 체류 탈북민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북송되지 않고 자유의사에 따라 희망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탈북민들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의하는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월경한 불법체류자들이라며 탈북민 강제북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