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재발 막기 위해 법ㆍ제도적 장치 꼼꼼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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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제2의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막기 위해 법ㆍ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법부의 탈북민 귀순의사 확인, 국적법 개정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조치가 헌법과 법률, 국제법을 위반한 채 이루어졌다는 많은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정부의 책임을 소명하는 것과 별개로 이 사건을 계기로 생각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개선방안에 무엇이 있을지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한국의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21일 네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먼저 “탈북민의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권한을 국정원에만 맡기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사법부에서 탈북민의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또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떨어지는 국정원보다 외국인 이주민, 난민 신청자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온 법무부가 탈북민에 대한 조사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정보기관에 조사, 보호 등에 대한 권한을 부여한다면 그 권한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못하도록 법률로서 중요한 절차 및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TJWG) 법률분석관:사법부에서 확인을 하고 그에 따라서 국적을 부여하든지 아니면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에 대해) 송환을 하든지 그런 절차를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사람의 통치가 아니라 법에 따른 통치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법ㆍ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신 법률분석관은 “난민법에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있지만 탈북민 관련 법률에는 명확한 강제송환 금지 규정이 없다”며 “최소한 한국 내 외국인에게 보장되는 절차와 권리들이 탈북민에게도 보장되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과 판례에 따르면 한국의 관할권에 들어와 귀순 의사를 밝히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는 것이 맞지만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도화된 수준은 다소 미비하다”며 “국적법을 개정해 탈북민의 국적 인정에 대한 특례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적법을 개정해서 탈북민의 국적 인정, 국적 확인에 대한 특례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탈북민은 대한민국 관할권 내 혹은 대한민국 영역 내로 들어와서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경우 국민으로 인정된다' 그런 규정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 교수 역시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국정원 조사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탈북민이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조사 관련자들이 이를 즉각 문서로 작성해 법무부 장관에게 통보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제 교수는 또 탈북민이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의 보호대상자 심의 결과 비보호대상자로 결정되었을 경우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탈북민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헌법 정신에 충실했다면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해석론에 맡긴 결과 커다란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ㆍ제도적 장치를 더욱 분명하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위원인 박원연 변호사는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탈북민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박원연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위원): (탈북민이) 형식상 행정조사라는 이유로 변호인의 조력권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실상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국정원의 탈북민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조력권 행사를 보장할 수 있는 법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박 변호사는 탈북민을 헌법 제3조 등에 근거해 한국 국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에 따라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를 지닌 존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탈북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쟁점 정리와 법률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박 변호사는 범죄 혐의자에 대한 남북 간 수사ㆍ사법 공조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북한으로 돌아갈 것인지 한국에 있을 것인지 귀순 의사가 불분명한 탈북민에 대한 법적 처리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은 국가 공무원들만이 비공개로 탈북민 송환을 결정하고 집행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국제인권 전문가가 참여하는 ‘북한주민송환심의위원회’(가칭)를 설립해 북송 당사자의 의사 등을 검증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소장: '북한주민송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 탈북민이나 민간 인권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서 귀순 의사가 진실로 확인된 것인지 진행절차나 조사과정이 적법했던 것이 맞는지 등을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소장은 또 관계 공무원들의 헌법에 대한 이해 부족이 사건 발생의 큰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며 국정원, 통일부, 국방부 등 남북관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기본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