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신임회장 “문재인 정부, 탈북민·북인권 활동 위축시켜”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주차장에서 초코파이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보내는 탈북자동지회 회원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주차장에서 초코파이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보내는 탈북자동지회 회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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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김덕홍 전 여광무역총회사 사장이 지난 1999년 세워 한국 내에서도 상징적인 탈북민 단체로 꼽히는 탈북자동지회가 최근 3년여 만에 총회를 개최해 신임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신임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민, 북한인권 단체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토로하며 향후 탈북민 권익옹호와 취약계층 지원 사업, 탈북 청소년에 대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단체,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신임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한국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끊겨 지난 5년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서 회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간단체인 탈북자동지회가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지원이 끊긴 것은 급작스러웠다고 당시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단체가 진행하던 탈북민 취약 계층 지원 사업과 탈북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단 겁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회장 :탈북자 단체에 대한 탄압이라기보다 민간단체니까, 민간단체 스스로 알아서 활동해야 될 부분인데 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느냐라며 지원금을 잘랐습니다. 상징적인 단체였던 두 단체(숭의동지회와 탈북자동지회)에 대한 정부 지원을 20년 이상 해오다가 중단한 부분은 탈북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 회장은 탈북민 2명의 강제북송 사건,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 통일부의 사무검사, 대북전단금지법 등이 탈북민과 북한인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같은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탈북민, 북한인권 단체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서 회장은 “지난 5년동안 침체기를 겪고 난 뒤 신임 회장을 맡아 부담이 크다”며 “정부 지원에 의지했던 부분들을 기금과 후원으로 대체해 향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서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향후 탈북민들의 권익옹호 및 취약계층 지원 사업,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 지원 사업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3주년 맞는 한국의 첫 탈북자 단체… 서재평 탈북자 동지회 신임회장 인터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김덕홍 전 여광무역총회사 사장이 지난 1999년 설립한 한국 내 첫 탈북자 단체, 탈북자 동지회. 최초로 한 해 동안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숫자가 100명을 돌파한 해가 바로 1999년입니다. 현재 한국의 탈북자 숫자는 3만명이 넘는데요. 늘어난 탈북민의 숫자만큼 탈북민 단체도 늘어났지만 지금도 탈북자동지회가 갖는 상징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신임회장으로 임명된 서재평 씨를 만나봅니다.

탈북민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정책 제언도 한국 정부에 한다는 계획입니다. 서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탈북민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고용지원금’ 정책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탈북민 정착지원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탈북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으나 현재는 이 정책이 폐지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2014년 11월 이후 입국한 탈북민들을 고용한 사업주는 고용지원금을 받지 못합니다. 현재는 이 정책 대신 탈북민들의 자산 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미래행복통장’ 사업이 2014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서 회장은 “탈북민들에게는 자산형성보다 취업이 먼저”라고 강조합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회장 :취업이 우선 돼야 자산을 형성하든지, 돈을 모으든지 할텐데 그 제도가 없어지니까 탈북민들을 고용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제도를 탈북민들이 더 선호하는지 설문, 연구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탈북민들에게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서 회장은 탈북민 정착지원 및 북한인권 업무의 행정안전부 이관, 비보호 탈북민들의 권익 개선, 북한인권재단의 출범 등을 위한 여론 조성에도 힘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는 중국 내에 구금돼 있는 탈북민 구출을 위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중국 내에서 3년여 간 발이 묶인 탈북민들이 많고 이 가운데에 상당수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회장 : 1년, 2년째 감옥에서 북한 주민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신체,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심각합니다. 현재 중국에 갇혀 있는 탈북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1호 과제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보고…

또한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던 단체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가 관련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한국에서 북한으로 전단 및 각종 정보를 담은 매체들을 보내는 것은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습니다.

서 회장은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단체들의 활동은 현재 완전히 중단돼 있거나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조치를 내려준다면 관련 단체들로서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탈북자동지회는 지난달 3년여 만에 총회를 갖고 새로운 이사진 구성 및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주활 전 탈북자동지회장이 이사장으로, 서재평 전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이 신임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이사로는 김규민 영화감독,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 탈북민 김승철(동명이인) 씨, 이영현 변호사,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채경희 삼정학교 교장, 현인애 이화여대 초빙교수 등이 선임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기자 : 탈북자동지회의 신임회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먼저 단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재평 회장 : 탈북자동지회는 국내 탈북민들에 대한 정착 지원, 권익 옹호 및 해외에 있는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에 북한 실상을 알리고 탈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초기에는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가 발기하고 김덕홍 전 여광무역총회사 사장이 초대 회장으로 됐고 황장엽 선생은 당시 명예회장으로 동지회를 이끌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정부 지원이 이어져 오다가 2017년에 정부가 지원금을 끊으면서 사무실을 작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상당히 어려웠죠. 겨우 사무실을 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기자 : 총회는 오랜만에 열린 것 같습니다.

서재평 회장 : 2019년까지는 정기총회를 일 년에 한 번씩 진행했고 2020년, 2021년, 최근까지 3년여 동안 총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번 총회의 경우에도 당초 지난해 연말에 하려고 했다가 코로나가 확산되고 저도 당시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총회 일정이 밀렸습니다.

기자 : 신임 회장으로서 탈북자동지회의 지난 활동을 평가해보시자면.

서재평 회장 : 탈북자동지회는 탈북자가 1999년 스스로 만든 단체 중 첫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숭의동지회가 앞서 생겼지만 이 단체는 탈북자를 '귀순용사'로 부르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단체이고 '탈북자'라는 명칭이 사용되던 때 이후로는 동지회가 첫 조직입니다. 동지회는 그동안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변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다시 일어나는 동지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탈북민 권익 옹호 사업, 취약계층 지원 사업 그리고 탈북 청소년에 대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 이 3가지는 올해 하반기부터라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자 :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서재평 회장 : 과거 탈북민들이 기업에 취업하면 그 기업에 일정한 고용지원금을 줘서 탈북민 고용을 촉진한 정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책이 없어지고 현재는 '미래행복통장' 제도가 만들어졌어요. 물론 탈북민들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좋지만 취업이 우선 돼야 재산을 형성하든지, 돈을 모으든지 할 것 아닙니까. 그 제도가 없어지니까 탈북민을 고용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탈북민들이 어느 정책을 더 선호하는지를 설문, 연구해서 탈북민들이 선택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은 비보호 탈북민 문제입니다. 관련 법이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합니다. 비보호 처분이 내려진 사람들을 보면은 테러, 살인, 마약, 폭행, 이런 죄를 지은 사람들이고 이들에 대해선 주택 지원 등 아무런 지원이 없습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될 부분은, 예를 들어 서재평이라는 사람이 북한에서 죄를 짓고 북한에서 그 죗값을 치렀어요. 구치소 같은 데서 5년을 살고 나온거죠. 이 사람이 탈북해서 한국에 왔는데 북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보호 처분이 내려지는 겁니다. 제3국에서 죄를 지어서 죄값을 다 치르고 한국에 왔는데 다시 한국에서 ‘비보호’라는 이름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탈북민들에 대한 비보호 처분은 다시 신중히 검토해봐야 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 최근 탈북민 정착 업무를 통일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재평 회장 :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의 소관 부처를 행정안전부로 옮길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동안 통일부가 이 업무를 맡아왔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탈북민 정책은 그 거주지, 지자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통일부하고는 아무리 봐도 거리감이 있죠. 다만 탈북민 사회가 이와 관련해서 걱정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행정안전부로 관련 업무를 옮기면 예산 등 전체적인 부분이 삭감되지 않을까란 부분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관련 업무가 행정안전부로 가면 지원 정책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탈북자동지회가 탈북민 사회에 적극 홍보해서 추진하려는 부분이에요. 통일부는 북한과 대화를 하는 부처잖아요. 그런데 탈북민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대북 협상에 있어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인권재단도 법무부에서 맡아야 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봐요.

기자 :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민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는 겁니까.

서재평 회장 : 숭의동지회와 탈북자동지회가 정부 지원을 받다가 동지회는 2017년 12월에, 숭의동지회는 2018년 12월에 지원이 중단됐습니다. 탈북 단체에 대한 탄압이라기보다, 민간단체니까 민간단체 스스로 알아서 해야 될 부분인데 왜 정부가 지원하느냐면서 정부가 지원을 중단했어요. 상징적인 단체였던 두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20년 이상 이뤄지다가 중단된 것은 탈북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그리고 한성옥 모자 사망 사건, 북한에서 배를 타고 온 두명의 청년을 살인자라고 북송을 시킨 사건, 이런 조치들을 볼 때 탈북민에 대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은 비판 받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통일부 사무검사의 경우 탈북민 단체뿐 아니라 북한 인권 활동을 하던 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통일부가 만들어진 이래 사무검사라는 걸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사무검사는 표적 검사, 빌미를 만들기 위해서 했던 거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단체들은 사무검사로 인해 굉장한 압박감을 느꼈고 겁을 내기도 했죠.

남북관계발전법,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전단을 보내지 못하게 만든 법인데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던 다수의 단체들이 완전히 불법 단체가 된겁니다. 그래서 거의 활동을 못하게 되었고 아마 수사를 받고 있는 대북전단 단체들도 있을 겁니다. 활동을 하던 사람들은 그 법에 저촉이 될까봐 위축돼서 그 활동을 공개하지도 못하고 또 그 활동이 또 수사를 받을까봐 비밀리에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북한인권을 중시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제언하실 부분이 있습니까?

서재평 회장 :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에서는 통과됐지만 사실 실행 단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움직여야 되잖습니까. 윤 대통령이 잘못된 법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는데 결단을 내려서 해당 법에 대한 시행은 고려해보겠다, 혹은 시행하지 않겠다라고 선포하는 것도 북한인권 단체, 탈북민 단체에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공안에 1000명 이상의 탈북민들이 체포돼 있습니다. 이들은 북송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년, 2년째 감옥에서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으며 신체,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꼭 이 부분을 유념해서 탈북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된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될 1호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