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유엔 인권이사국 합류로 북한문제 논의 어려워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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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논의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총회는 13일 중국과 러시아 등 총 15개국을 유엔 인권이사회의 새 이사국으로 선출했습니다.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리는 대륙별로 숫자가 배분돼 있어 러시아는 아무런 경쟁 없이 이사회에 입성했으며, 지역별 공석 수보다 도전한 국가 수가 더 많았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인권탄압 국가들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역설적이라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보호하는 책임있는 유엔 회원국들의 존재가 인권이사회의 핵심이라며, 각종 인권문제를 초래한 중국과 러시아의 선출은 인권이사회 운영과 북한 인권문제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례로 중국과 러시아가 2018년 자신이 이끄는 북한인권위원회가 유엔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지위인 '협의적 지위'를 얻는 것을 방해했으며, 중국 정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하려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요청을 불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 보고서를 통해 북중 접경지역 방문을 추진했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으며, 중국은 외교부 기자회견을 통해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미국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잔 숄티 대표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세계인권선언을 매일 위반하는 국가들이 이사국으로 선출되면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제 웃음거리(a complete farce)가 되었다며, 선출 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숄티 대표: 세계인권선언을 준수하는 국가만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선출될 수 있다는 의무사항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here should be requirements that any entity that is going to have a seat on the Human Rights Council be an entity that abides by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특히 중국은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주민을 탄압하는 김정은 정권을 돕고 있다며, 이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이사국으로 자격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올바른 지도력이 담보된다면 여전히 이사회는 이전과 같이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성명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 참혹한 인권 문제(abhorrent human rights records)를 야기한 국가들이 이사국으로 선출됐다며, 이는 인권이사회를 탈퇴해 다른 기회를 통해 인권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밝혔습니다. (These elections only further validate the U.S. decision to withdraw and use other venues and opportunities to protect and promote universal human rights.)

여러 인권단체와 외신들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이사국 선출에 비판을 제기했으며,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트위터의 일부 사용자들 역시 "인권 탄압 국가를 이사국으로 선출하려면 북한도 참여해야 한다"는 등 조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이사국이 된 것은 "중국의 인권 진전을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한 것"이라며, "인권 문제에 대한 정치화와 이중 잣대를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총 47개국으로 3년 임기이며, 국제사회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고 각종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