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진실, 정의, 배상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일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 중심의 장기적 대화(long-term, victim-centered dialogue)를 통해 진실, 정의, 배상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날 한국 통일부가 주최한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해 인권침해에 관한 진실을 이해하고 정의를 구현하며 이에 대한 배상을 받을 권리는 보통 전환기정의와 관련해 고려되는 것들이지만 개별적으로도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전환기정의란 체제 전환 과정에서 책임을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전사회적 차원에서 과거의 대규모 갈등, 억압, 위반과 침해의 유산을 청산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그러면서 남아메리카에는 인도주의 위기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진실, 정의, 배상 등 전환기정의의 요소를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 남아메리카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인도적 위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동안에도 전환기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북한의 경우 꽤 다른 상황이지만 진실, 정의, 배상 등이 실현될 수 있을지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Certain experiences, particularly in Latin America, have shown that there is a possibility to design elements and institutions of transitional justice, even while the humanitarian crisis is still taking place. Without stretching too far an analogy, as the DPRK presents a quite different situation, it might be reasonable to consider whether the incorporation of elements such as truth, justice, and reparations could be possible in the DPRK’s present context.)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 당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고 북한인권 침해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목격자와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기록하는 등의 작업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 여성과 여아들의 상황과 수감자들의 상황 등 중요한 사안에 관심을 모으고 문서화하며 국제사회에서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지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백범석 한국 경희대학교 부교수도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순히 남북 간 사안이라는 관점을 벗어나 국제 인권문제라는 인식 하에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5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피해자 권리 기본 원칙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에는 위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을 기소하고 유죄로 확정된 때에는 처벌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범석 한국 경희대학교 부교수 : 1차적인 인권 침해 가해국이 아니라도 해당 국가 관할권 내에 있는 피해자가 효과적 구제를 받지 못한 채 인권침해로 인해 계속 고통받고 있다면 주변 인접국들은 피해자의 정의, 배상, 진실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보호 의무가 있습니다. 주변 인접국에도 이런 의무가 있는데 같은 민족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제롬 소바쥬 전 북한 주재 유엔상주조정관은 코로나 사태로 북한의 고립이 심화됐고 북한 상주 유엔 직원들이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유엔상주조정관 시스템을 통해 북한과 개발, 인도주의, 평화와 인권 관련 포괄적 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