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단체 “북한에 6년간 '플래시드라이브' 10만개 이상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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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한 인권단체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에 외국 영화와 드라마가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를 총 10만 개 이상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북한에 총 10만9천668개의 플래시드라이브, 즉 이동식 저장장치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최근 발표한 '2021년 연례 보고서'에서 대북 정보유입 운동인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FDFF)를 통해 지난 2016년 처음 북한에 플래시드라이브를 보낸 이후 약 6년 만에 이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단체의 현지 협력단체들은 일반적으로 저장장치 하나를 북한 주민 약 열 명이 시청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단체는 이 기간 동안 약 1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단체는 또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됐던 컨텐츠 내용도 일부 공개했습니다.

먼저 미국, 영국 등지에서 제작된 유명 영화인 '굿 윌 헌팅', '007 스카이폴', '스파이더맨', 한국 배우 최민식이 출연한 '루시' 등이 저장장치에 포함됐다며 영어 및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들이 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독교 영화인 ‘선 오브 갓’과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와 나치즘(국가사회주의)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담은 ‘위대한 독재자’도 기억장치에 포함됐습니다.


유명 미국 드라마인 '프렌즈', '위기의 주부들'과 한국 드라마인 '낭만닥터 김사부'와 '태양의 후예'도 저장장치를 통해 북한에 전달됐습니다.

또 여행이나 한국전쟁, 2016년 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지난 2010년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기록물)도 포함됐습니다.

이외에도 인터넷 지식백과인 '위키백과'(위키피디아), 세계인권선언, 한국 경제 동향 보고서 등 한국어로 된 일반 지식 관련 내용도 전달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 대다수가 인터넷, 해외 우편 등 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외국에 전화를 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당국의 허가를 받은 체제 선전만 허용된다며 대북 정보유입 운동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단의 정보유입으로 당국의 폭력이나 억압, 감시가 없는 또 다른 현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재단의 성지예 전략 고문은 지난해 11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021년 한 해 북한에 약 1만개의 이동식 저장장치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재단은 또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아트 인 프로테스트'(Art in Protest) 즉 '항의의 예술'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리는 탈북자 출신 화가 송벽 씨의 작품을 조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트 인 프로테스트'는 독재 체제 하에서 살고 있거나 이러한 국가에서 망명한 이후 조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시회를 개최해 방문객들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관람 및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로 인한 북한의 삼엄한 국경봉쇄와 한국 정부의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에도 여러 단체 및 국가들은 북한에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 링크(LiNK)의 송한나 대표는 이달 초 단체가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지난해 미국, 유럽, 아시아에 거주하는 탈북자 및 전문가 등과 함께 3차례 비공개 회의를 갖고 대북 정보유입을 위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송한나 대표:우리는 (대북 정보유입의) 최신 동향에 대해 논의하고 (정보유입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연구를 선보이기 위해 다 함께 모임을 가졌습니다. 또 협력 분야를 모색하고 (정보유입에 대해) 탈북자들에게 배우면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미 국무부의 스콧 버스비(Scott Busby)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수석부차관보 대행 역시 이달 초 한 회의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대북 정보유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