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이 올해 북한에 2천개의 이동식 저장장치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저장장치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해외 드라마와 영화, 인권 보고서 등이 전달됐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휴먼라이츠재단이 올해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Flash Drives for Freedom)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에 총 2천개의 이동식 저장장치, 즉 플래시 드라이브와 SD카드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의 이성민 프로그램 담당자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올해 탈북자 주도의 현지 단체들과 협력해 이러한 활동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This year alone, HRF has sent 2,000 of these devices to North Korea in partnership with defector-led local groups.)
이성민 담당자는 저장장치에 접근한 북한 주민의 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단체의 현지 협력단체들이 저장장치 하나를 북한 주민 약 10명이 공유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올해 2만명의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접근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체가 지난 2016년부터 북한에 총 13만개의 플래시 드라이브와 SD카드를 보냈다며, 지금까지 북한 주민 130만명이 외부 영상을 시청하거나 정보를 접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성민 담당자는 지난 한국 문재인 정권 당시 제정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의 국경봉쇄, 중국의 고강도 방역 규제인 ‘제로 코로나’ 조치 등이 인권 단체들의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저해하고 있지만 단체는 최근에도 북한에 저장장치를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육로를 통해 저장장치를 운송하기 어려워지면서 협력단체 중 한 곳이 플라스틱 물병에 생필품과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넣어 강에 띄워 보내는 차선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To overcome this present challenge, one of our partner groups has employed creative workarounds, such as placing the USBs in plastic water bottles filled with essential goods and floating them across the surrounding rivers.)
이성민 담당자는 해당 협력단체가 물병에 소형 GPS(위치정보시스템) 장치를 넣어 물병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험을 통해, 강으로 흘려보낸 물병의 약 80~90%가 목표 지역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러한 차선책이 (활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현 환경에서 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민 담당자는 또 북한에 유입되는 외부 정보 내용에 대한 질의에, 북한 내 콘텐츠(자료)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호도를 고려해 여러 주제와 장르를 선정한다며 “영화와 다큐멘터리(기록물), 탈북자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만든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를 비롯해 PDF 파일로 된 읽을거리가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태양의 후예’, 미국 할리우드 영화인 ‘탑건’과 ‘타이타닉’ 등을 그 예시로 언급했습니다.
이성민 담당자는 이러한 정보유입 활동이 “북한 외부 세상에는 노숙과 적대감으로 가득하다는 북한 정권의 왜곡된 묘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바깥 세상에는 아름다움과 인간성이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시민 사회와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에 대한 시민 교육 콘텐츠도 저장장치에 포함된다며 “최근에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한국어판도 단체의 저장장치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에 전달된 저장장치에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시장의 기본 원리, 세계 경제 동향에 대한 콘텐츠 등 장마당(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이성민 담당자는 올해 단체가 총 1천420개의 플래시 드라이브를 기부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에서 자라 지난 2009년 탈북한 이성민 담당자는 이러한 대북 정보유입 활동으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박탈(deprivation)과 억압의 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현실은 “적대적인 외부 세계 때문이 아닌 김씨 일가가 주민들을 희생시키며 정권 중심의 선택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민 담당자는 또 “외부 정보가 하루아침에 혁명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정보로 힘을 실어주는 것은 북한이 더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사회가 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단계”라며 “사람들이 진리로 무장할 때 용기를 내 일어설 수 있고 그때 독재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이 커지는 만큼 북한 당국의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안전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새로운 기술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