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노인들이 국가에서도 돌보지 않고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비참한 처지에 빠져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자폭정신'이라는 극단적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일 “요즘 같은 추위에 기차역이나 공원주변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몰려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이들 중에는 전쟁노병들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역과 주변 공원에는 연로보장을 받게 된 늙은이들이 몰려있다”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자식들의 눈치를 피해 날이 밝으면 나왔다가 어두워질 때까지 추위에 떨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들 노인들중에는 수령결사옹위의 ‘자폭정신’으로 평생을 당과 수령을 위해 살아온 노병들이 많다”면서 “이들은 국가로부터 외면당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게 되면서 자식들과의 갈등을 피하려고 한지에 나와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노인들을 모시고 있는 가구들에서 부자간, 고부간 갈등이 심하다”면서 “일부 가정들에서는 늙은 부모 시중에 약값도 많이 들고 장사도 할 수 없게 되자 ‘자폭정신’을 들먹이며 부모의 방에 ‘자폭정신’이라고 쓰인 족자를 걸어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2일 “자폭정신이란 북한에서 수령을 위해 죽음도 불사한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라면서 “최근 세대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자폭정신’을 노 부모에게 강요하는 풍조까지 생겨났다”고 개탄했습니다.
“‘자폭정신’ 족자를 자나깨나 볼 수 있는 부모의 방에 걸어둔다는 것은 자식들과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자폭정신으로 생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시사하며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 포항구역 남강1동의 한 노병가정에서 집단 자살사건이 일어나 주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면서 “자식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떠밀자 노모가 같이 죽자는 유서를 써놓고 음식에 독약을 넣어 집단자살을 유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얼마 전 청진시 청암구역 부거에서도 운신이 어려운 노부부가 뒤뜰의 과일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며 “일부에서는 이들의 자살을 ‘자폭정신’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국가가 노인 복지제도에 신경쓰지 않는데 대해 죽음으로 항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노인들, 특히 노병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 자식이 부모의 방에 ‘자폭정신’이라는 족자를 걸어두는 참담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