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납북자 가족, 자국 정부에 송환 촉구 서한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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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태국(타이) 여성의 가족이 북한 정권에 생사여부 확인 및 납북자 송환 논의를 요청해달라는 서한을 태국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78년 중국 마카오에서 실종된 아노차 판초이 씨. 실종된 판초이 씨는 지난 7월12일 66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1978년 당시 판초이 씨는 마카오의 한 호텔 직원으로 일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판초이 씨 실종 사건은 그가 사라진 지 27년 뒤인 2005년, 전직 주한미군 출신으로 월북했었던 찰스 젠킨스 씨의 수기인 '고백'이 일본에서 출판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젠킨스 씨는 '고백'에서 판초이 씨가 자신에게 마카오에서 중국계 여성 2 명과 함께 북한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납북 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노차 판초이 씨의 조카인 반종 판초이 씨와 태국의 인권운동가인 토모하루 에비하라 씨가 지난 14일 태국 정부에 아노차 판초이 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치앙마이 정부청사에 전달했다고 태국 국영방송 타이 PBS등 태국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납북 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노차 판초이 씨의 조카인 반종 판초이(사진 왼쪽) 씨와 태국의 납북자 인권운동가인 토모하루 에비하라 씨가 지난 14일 태국 치앙마이 정부청사에 아노차 판초이 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납북 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노차 판초이 씨의 조카인 반종 판초이(사진 왼쪽) 씨와 태국의 납북자 인권운동가인 토모하루 에비하라 씨가 지난 14일 태국 치앙마이 정부청사에 아노차 판초이 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태국 국영방송 타이 PBS 웹사이트 캡쳐.)

서한은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북한 당국에 아노차 판초이 씨의 송환을 요구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한에서 반종 판초이 씨는 고모인 아노차 판초이 씨가 북한에 살아있다고 확신한다며, 태국 정부는 그의 생사 확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은 하루 속히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그를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한에서 반종 판초이 씨는 "아노차 판초이 씨가 살아있었다면 올해 66세 생일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서한은 아노차 씨의 실종은 태국 정부가 보호하고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태국 국민이 납치된 중요한 외교,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그의 생사여부라도 북한 정부로부터 반드시 확인해야 된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태국인 납북자 아노차 판초이 씨는 일본 등 다른 나라 납북자 사례처럼 매우 중요한 사례라면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태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일본 등 다른 납북 피해 국가와의 국제적인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태국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죠. 하지만 태국 뿐만 아니라 북한에 납치된 국민이 있는 다른 국가들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고, 다른 국가들도 협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적인 연대없이 태국이나 일본 등 단 한 국가만이 북한에 납북자 문제를 거론한다면, 북한은 또 무시하고 송환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 2015년 태국 정부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자국을 방문했을 때 아노차 씨의 행방을 확인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노차 씨의 생사 여부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노차 판초이 씨를 북한에서 목격했다고 주장한 찰스 젠킨스 씨는 수기 '고백'에서 그와 북한에서 친하게 지냈다며, 판초이 씨가 북한의 첩보 요원들에게 태국어를 가르쳤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태국 외무부와 유엔 주재 태국 대표부는 아노차 판초이 씨의 송환 문제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20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