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매년 일본의 북한인권 주간을 맞아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국제회의에는 미국과 일본, 태국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해 북한 당국에 납북자 전원의 즉각적인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납북자 전원의 송환을 위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가 북한인권주간을 맞아 지난 14일 개최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 북한인권침해 문제 대처와 관련한 법률에 따라 12월 중 일주일을 매년 북한인권주간으로 설정해 납북자 문제, 북한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겸 납치문제담당 대신은 이날 국제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납북 피해자 본인과 그 가족들이 고령이 되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2002년 일본인 납북자 5명의 송환 이후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통한의 극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북한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생각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적인 일본인 납북자는 17명입니다. 이 가운데 5명은 지난 2002년 귀국했습니다. 북한은 송환하지 않은 12명 가운데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북한으로 입국한 사실이 없다고 일본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 의한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본인도 2018년 10월 기준, 883명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국제사회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에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납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레드 웜비어는 세계 각지에 있는 북한의 자산을 찾아내고 이를 압류하는 활동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즉 벌가리아와 로므니아, 그리고 폴란드와 러시아, 즉 뽈스까와 로씨야 등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대사관의 불법 행위를 막는다면 북한 내부의 인권 상황 등에 대해 충분히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레드 웜비어 : 세계 각지에서 이 같은 활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러시아 등지에서 대북 압박을 하면 국제사회가 충분히 북한에 자동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법에 의한 지배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만들어야 합니다.
프레드 웜비어는 북한이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 즉 숙박 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활동도 소개했습니다.
프레드 웜비어는 “1월 말 베를린에서 북한 호스텔 폐쇄와 관련된 재판이 열릴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베를린에서 호스텔을 운영하며 수백만 유로를 벌어들이고 있는 행위는 유럽과 독일의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프레드 웜비어는 북한 당국에 아들인 오토 웜비어가 어떤 법적 절차를 거쳐 억류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해달라는 촉구도 했습니다. 오토 웜비어를 대변한 북한 내 변호사와 해당 사건을 다룬 검사관의 이름도 요구했습니다.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인 신디 웜비어는 아들이 억류됐을 당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북한에 의한 납치, 억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디 웜비어 : 어제는 오토 웜비어의 25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저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진 죽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모두 일어나서 북한의 책임을 추궁해야 합니다. 큰 목소리로 주장해야 합니다.
1977년 11월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인 요코타 타쿠야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사무국장은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납북자 전원의 즉각 송환이라는 용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요코타 사무국장은 “납북 피해자 가족들 가운데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며 “납북자들만 돌려준다면 북한에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인 요코타 사키에는 여전히 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코타 사키에 :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메구미를 보면서 부모로서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런 보물같은 존재가 갑자기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무도 살려낼 수 없는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국제회의에서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이정훈 전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납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인권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정훈 전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 세계는 북한의 잔혹행위에 대해 의연하게 맞서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의 행위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안보리가 북한의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권이 있지만 회부만 이뤄진다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날 국제회의장에는 일본 정부와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벌인 활동을 담은 사진도 전시됐습니다. 회의 직후에는 납북 피해자들을 기리는 소규모 연주회도 열렸습니다.
납북자 문제를 주제로 하는 중, 고등학생들의 작문 경연대회 시상식도 열렸습니다.
중학생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나토 미호는 “소중한 행복을 빼앗긴 납북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간접적으로 느꼈다”며 “북한은 이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