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세계인권선언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미국과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들이 미국 뉴욕에 모여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의 보도입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북한 인권토론회에서 탈북자 노희창씨는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인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노희창 씨 : 지금도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해방과 인권 평등을 위해 여러분들과 전 세계 선량한 양심들이 함께 헌신해 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로 한국에서 북한인권단체 ‘노체인’의 대표로 활동하는 정광일 씨는 “지금 북핵이라는 그늘 밑에 북한 정치범수용소가 지워져가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회담을 한다고 하지만 누구를 위한 평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광일 씨 : 교황이 북한을 다녀온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평화가 올까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미북 회담이 진행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도 없어지고 이야기가 안나오더라구요.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와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의 실태를 직접 경험한 탈북자들의 증언에 유엔 외교관들과 기자, 인권 운동가, 일반인들이 다수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숙연해졌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북한자유연합(NKFC), 한국의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 등 10여 개 단체들이 공동 개최했습니다.
토론회 기조 연설자로 참석해 눈길을 끈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조너선 코헨 차석대사는 지난 70년 간 인권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북한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코헨 차석대사 : 지난 70년 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인권을 잔인하게 유린해 왔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발표에 따르면 이같은 북한 정권의 잔혹 행위는 금세기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해마다 유엔 총회와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되고 있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국제 인권 규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 관계자도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발표자들은 최근 한국에서 탈북자 출신 기자의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가 불허된 일, 북한 인권단체들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듯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정광일 씨의 말입니다.
정광일 씨 : 제가 한국에 온 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네 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렇게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한 상황을 처음 느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해 전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또한 중요한 것은 언론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혀 다루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날 발표자들은 유엔의 인권 결의안이나 대북제재가 실제 북한 인권 개선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며,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나 해외파견 노동자 등 북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인권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