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24개국 “안보리 ‘북 인권’ 공식 안건 유지” 서명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계속 안보리 정식 안건으로 남아야 한다고 공식 요청한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Christoph Heusgen) 대사.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계속 안보리 정식 안건으로 남아야 한다고 공식 요청한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Christoph Heusgen) 대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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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등 24개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계속해서 북한 인권 상황을 의제로 다룰 것을 촉구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Christoph Heusgen)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계속 안보리 정식 안건으로 남아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I have the honour to notify the President of the Security Council that we request that the item entitled "The situation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remain on the list of items of which the Council is seized, in accordance with document S/2017/507.)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입수한 이 서한에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에스토니아,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영국, 미국 6개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오스트랄리아), 칠레, 도미니칸공화국 등 총 24개국이 서명했습니다.

호이스겐 대사는 이 서한을 유엔의 공식 문서로 남겨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로써 2014년, 사상 처음 안보리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 북한 인권문제가 계속 안보리의 공식 안건으로 남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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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지난달 26일 전달된 크리스토프 호이스겐(Christoph Heusgen) 대사의 서한. /호이스겐 대사 서한 캡쳐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안보리는 2014년 3월 북한에서 최고위층의 결정에 따른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유린이 자행된다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발간 이후 북한 인권 상황을 공식 안건으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2014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논의하고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반 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북한의 인권유린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킹(Robert King)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호이스겐 대사의 서한에 미국이 서명한 것은 북한 인권 문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 바이든 행정부의 변화된 정책을 분명히 시사한다고 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 등 안보 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1주일 안팎에 유엔 인권이사회 재가입 의사를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I think this is a very clear indication of the change that's come about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It's very consistent with the decision by the United States to resume participation in the UN HRC. The Biden Administration made the announcement within a week or so of coming into the Office that the United States would participate in the HRC.)

북한 지도자와의 정상회담 등 외교적 관여를 위해 안보리에서 북한인권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대북 인권 의식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논의하지 않아 정식 안건에서 제외될 위기에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검토 과정에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의 두 기둥이 인권과 다자주의라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번 서한에 동참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Korea policy is still undergoing a review. What we know for sure is that human rights and multilateralism are two of the pillars of President Biden's and Biden Administration's foreign policy. And it's very encouraging of course to see that the United States is ther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어 한국 정부도 24개 서명국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의 대북 인권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인권 논의를 개최하기 위해 필요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9개국의 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논의가 불발된 바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던 호이스겐 유엔주재 독일대사는 북한 인권에 관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하고, 이어 북한의 인권 침해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임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한 인권 논의는 중국과 러시아 등이 특정국가에 대한 인권 논의를 반대하면서 공식 토의(formal debate)가 아닌 기타 안건으로 다뤄져 유엔 안보리의 공식 인권 논의로 간주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