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유족 측은 8일 사건 당시 군사정보망에 올라온 군사기밀이 삭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유족 측은 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습니다.
피해자의 친형 이래진 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관련 특수정보(SI) 등 감청 정보가 포함된 군사기밀이 삭제된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변호사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기밀 삭제에 개입했는지, 삭제한 경위가 월북 조작과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고발하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 고발에 대해서는 “군사기밀 삭제의 실행자인지, 월북 조작의 공동정범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을 피해자 이대준 씨 사망과 관련한 SI 등 감청정보가 포함된 군사기밀이 삭제된 혐의로 고발합니다.
앞서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은 지난 6일 TF 최종발표에서 “2020년 9월 22일까지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 ‘피해자 추락 추정’로 공유되던 것이 24일부터 ‘피해자 자진월북’으로 기조가 바뀌었다”며 그 사이인 23일 새벽 1시, 오전 10시에 열린 두 차례의 관계 부처 장관 회의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유족 측의 고발장은 하 위원장이 지목한 23일 두 번의 관계 부처 장관 회의 직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인 밈스(MIMS)에 올라온 사건 관련 군사기밀이 삭제되었는지 여부 등과 관련된 것입니다.
밈스는 사단급 이상 부대들이 실시간으로 첩보를 공유하는 정보 유통망으로 이 전 합참 정보본부장은 당시 밈스의 관리 책임자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합참은 지난 7일 “민감한 정보가 직접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에 전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원본이 삭제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날 유족 측은 국가정보원이 검찰 고발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도 요청했습니다.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요청서 접수 이유에 대해서는 “박 전 원장이 직ㆍ간접적인 방법으로 중요 참고인인 국정원 직원들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재임 시절 시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동생의 자진월북 정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자칭 대북전문가라는 자가 그 권력을 이용해 호의호식했다면 이제는 범죄의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박 전 원장을 사건 관련 첩보를 무단 삭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박 전 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언론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편 피해자의 아내 권영미 씨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만 있었으면, 숨기지 않고 실종 당일 발표만 했으면 북한이 남편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진상조사 TF 위원장은 같은날 TF 최종발표에서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 8일 유족에게 진실규명을 약속하는 편지를 보내놓고 이후 관련 자료를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밀봉을 했다”며 생존 사실을 보고받고도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고 유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아내 권영미 씨 (6일 RFA 인터뷰):가장 제일 큰 책임은 문 전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말 한마디 (구조) 지시만 했어도 북한에서 그렇게 마음대로 죽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6일 TF 최종발표):북한 해역에서 (피해자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족에게 알리라고 왜 지시하지 않았는지, 사건 관련 기록을 굳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만들어 국민들한테 계속 비공개 상태로 남겨야 했는지 등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침묵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의 친형 이래진 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다음주 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에게 제기한 요청이 수용될지 여부를 지켜본 이후 경남 양산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 씨는 민주당에게 오는 13일까지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위한 국회 의결에 나설 것을, 문 전 대통령에게 14일까지 스스로 대통령기록물을 봉인 해제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전 해경, 국방부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 등 사건 관련 자료를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했습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이 지정한 기록물을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자료는 30년)까지 열람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있는 경우 등에는 열람이 가능하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보호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경우 대통령기록관장에게 보호기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해당 법률 제18조의 2)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