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최근 미국의 한 북한 인권단체가 미국 동부 뉴욕에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에 만연한 '남존여비' 사상으로 북한 여성들이 심각한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뉴욕에서 김지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계기로 북한 내 여성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행사가 북한자유연합(North Korea Freedom Coalition) 주최로 10일 마련됐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재일 한인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갔다 탈북한 가와사키 에이코 씨가 참석해 참혹한 북한 내 여성의 삶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17살의 나이에 북한에 도착해 탈출하기 전까지 40년 넘게 그곳에서 지낸 가와사키 씨는 북한 사회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만연해 여성은 남성보다 저급한 존재라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정폭력은 물론공공장소에서도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빈번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와사키 씨: 남자가 술에 취해 폭행하고, 공중의 면전에서 젊은 여성을 덮치거나 가슴을 덥썩 움켜쥐어도 누구도 주의를 주거나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간부들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그가 유부녀이든 처녀든 상관없이 불러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여성의 경우 노동당에 가입하기 위해 성접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와사키 씨: 여성이 조선노동당원이 되려면 돈이 없으면 자기몸을 제공해야했습니다. 여성이 유부녀인 경우에는 남편이 그것을 묵인해야했습니다.
특히, 가와사키 씨는 당시 귀국한 재일동포들의 경우 북한 내에서 최하위 계급으로 극심한 차별을 겪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귀국 초기에는 결혼도 할 수 없었고, 거주지나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었으며, 단지 노동력과 기술을 제공하는 존재일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와사키 씨: 우리들이 간 북한 땅은 철저한 계급사회였습니다. 저는 제일 아래쪽에 놓여 있어 참 참기 어려운 차별 속에서 숨도 쉬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정해진 사람 외에는 귀국자들과 말도 섞지 않았기 때문에 물론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제64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연례회의 기간을 맞아 '북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퇴행의 25년'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는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온라인 화상 회의로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