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탈북민 한봉희 한의사 “영문책·강연으로 북한 실태 고발”

탈북민 한의사 한봉희 원장.
탈북민 한의사 한봉희 원장.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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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1998년 탈북 이후 한의사와 작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봉희 씨는 북한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갖는 영미권 독자들에게, 책과 강연을 통해 북한의 비정상적 체제와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영문책·강연으로 북한 실태 고발” “영문책·강연으로 북한 실태 고발”

기자 : 원장님은 한의사로 일하시면서 동시에 한국의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FSI)와 함께 작가와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봉희 원장 : 저는 1998년 4월 탈북해서 2001년 8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한봉희라고 합니다. 2003년에 한의과대학에 입학해서 대학 졸업한 후에 한의사 면허를 받고 한의원을 개원해서 한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FSI는 2019년에 알게 됐는데, 그 때 (단체의 공동대표인) 이은구 선생님이 원어민 1대1 영어 매칭 수업을 하게 해주셔서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FSI 랑 함께 여러가지 해오고 있습니다. FSI에서 아버지 수기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을 도와주셔서 작년에 (영문 책이) 출판이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기자 : 원장님께서 부친과 관련해 집필하신 영문 책 '허 파더스 노스코리아 스토리'가 발간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어떻게 책을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봉희 원장 : 저희(가족)가 탈북해서 중국에 와서 사는 과정에 북한에서 아버지에 대한 체포령이 계속 내려왔어요. 저희는 모르고 살고 있던 때였는데 중국 조선족의 신고로 저희 가족이 공안에 잡히게 됐거든요. 아버지, 동생, 저 셋이서 잡혔는데 그 때 저희 친척분들이 돈을 내고 저희를 다 구출하기로 하고 돈을 공안에 갖다 줬는데요. 이 사람이 3명 다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그냥 저만 내보내고 아버지하고 동생을 북송시켰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그 기간 동안에 감방 수기, 그 다음 거기서 행해지는 인권유린, 또 북한 주민들의 실상 이런 것들을 중국에 돌아오셔서 글로 남기신 거죠. 아버지, 어머니는 먼저 한국으로 오게 돼 있었는데 그 과정에 조선족의 밀고로 신고당해서 북송 당하셨고요. 저희 (남매)는 (아버지의) 책이 일본에서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됐고요. 그래서 그 책은 저희가 (한국으로) 들어온 다음에 2002년도에 일본에서 출판이 됐고 저는 그 원본을 계속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가 2017년도 정부가 한번 뒤집어지고(바뀌고) 나서 이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환상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정말 북한의 속내를 너무 모른다' 이런 생각에 이거를 출판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와중에 또 어느 분이 도와주셔서 한국어로 출판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로 출판이 됐는데 이거를 또 영문으로 번역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되게 많았어요. '이 책이 정말 북한 주민들의, 고위급이 아닌 북한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실상, 그리고 북한에서 어떤 노동 착취와 인권(유린)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리는 아주 중요한 책이다', 그래서 '이거를 세계 사람들이 알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자꾸 저한테 (들려)와서 번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제 FSI에 부탁을 하게 됐고, 거기서 도와주셔서 영어로 출판하게 됐습니다. 이 책 내용은 3개월 동안 아버지가 겪으신 내용들이고 여기에는 북한과 중국, 중국은 이제 감방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거라 거기 공안들이 사람을 어떻게 다뤘는지, 어떤 고문을 했는지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죠.

기자 : 원장님의 책을 읽은 해외 독자들의 여러 긍정적인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 영미권 독자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셨나요?

한봉희 원장 : 사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은둔의 나라' 이런 거죠. 그래서 북한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양 사람들이 많이 접근을 하고 또 거기에 관광도 가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북한에서 하는 관광 상품 중에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한국어 여름 스쿨 투어(학교 탐방) 프로그램'이라고 속여서 사람들을 데려가고, 이런 식으로 외국 사람들을 많이 데려가죠. 데려가서 관광 상품으로 집단체조, 아리랑, 정말 모든 (북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의 완전히 고혈을 짜내는 집단체조죠. 그런 집단체조를 관람시키고 달러를 계속 받겠죠. 그 달러가 뭐가 되나요? 결국은 핵무기를 만들고 군사를 늘리는 쪽으로 많이 쓰이게 되겠죠. 이렇게 해서 간 사람들 중에 이제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 같은 젊은이들이 있죠. 거기서 북한 체제 선전 포스터를 챙기다가 체포돼서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수감 중에 고생했던 분이 있으시죠. 그런 식으로 북한은 계속 관광객 유치해가지고 데리고 가려고 할 거에요. 그리고 이 관광 상품의 홍보명도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행선지' 이런 내용으로 광고를 하니까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끌어 당기는 거죠. 거기서 많은 외국인들이 '설마 나는 외국 사람이니 (괜찮겠지)' 하고 가는데 갔다가 잘못 걸리면 고역을 치르게 되는 거죠. 이런 비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북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정상적인 집단이라는 것을 아시아뿐 아니라 영미권에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 한국어판, 일본어판에 이어 영어판으로 내게 됐고요. 여기에서 아버지가 전달하려던 내용이 그거에요. '어둠의 세계, 북한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북녘 주민 모두가 자유를 찾고 노예에서 해방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된다', '북한 사람들이 김일성 부자의 잔인한 독재 체제에서 얼마나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맞아 죽고 신음하며 살고 있는지, 또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이런 내용이 아버지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취지였고요. 그래서 '이거를 내가 (한국에) 못 가더라도 이 책만은 꼭 출판되게 해달라'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제가 사는 게 바빠서 늦게 (책을 출판)하긴 했는데요. 일단 모든 우리나라 사람이나 또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북한 주민 모두가 인권과 자유는 물론 그 어떤 희망조차 없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같이 활동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기자 : 점점 더 많은 탈북민들이 책 집필이나 강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한봉희 원장 : 북한에서 직접 태어나서 수십 년을 살아본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북한에서 이제 인텔리(지식인)로 살면서 체제 모순을 직접 겪고 탈북 과정에서 체포돼서 노동교화소 수감 중에 받은 비인간적 대우를 말로서가 아닌 구체적인 글로 밝힌 자료는 매우 드물고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수기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북한에 대한 1차 자료로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또 아버지뿐 아니라 모든 탈북민들이 써내는 자료들은 정말 귀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과 관련해 이제 요청이 들어오면 강연을 하려고 해요.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얘기해달라 하면 저는 이제 언제든지 나갈 수 있고요. 작년에는 전 세계 30만명이 유튜브로 시청하는 포럼에 참석해서 특강을 했고, 또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추가 책 집필이든 강연이든 적극 참석할 것이고요. 물론 또 외국 (강연)도 포함되고요. 그래서 아직 부족하지만 영어를 부지런히 공부하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요.

앵커 :지금까지 탈북민 한의사 한봉희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지정은 기자였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