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신형 코로나 발생 이전 러시아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 9명이 지난해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발이 묶인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발발하자 불안감 등으로 탈북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 9명이 현재는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 적응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5일 한국의 중앙일보와 관련 소식에 밝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신형 코로나 발생 이전 러시아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 9명이 지난해 11월~12월경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이들 9명은 모두 같은 기업소 출신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한국 통일부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탈북민 입국경로, 방식 등에 대하여 탈북민 신변안전, 입국경로 보호, 유관국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입국한 탈북민 가운데 일부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탈북 의사를 밝히고 이와 관련한 준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한국 입국은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소를 통해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이들의 한국행 의사를 적극 수용했다는 후문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에 따라 러시아 현지에서의 외화벌이가 어려워지면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20년 신형 코로나 확산으로 북한 국경이 봉쇄되면서 현지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생활고를 겪었고, 또한 한국과 관련한 정보를 접하면서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탈북민들은 러시아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상황에서도 충성자금의 명목으로 돈을 상납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렸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합숙 생활 및 통제가 느슨해짐에 따라 이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고 굉장히 동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와 활동가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탈북민들이 러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탈북민들의 중국 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고 그나마 러시아가 새로운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성만 보인다면 러시아 내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민들의 경우 한국으로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며 “이전 정부의 경우 러시아 내 탈북민들이 한국행 의사를 표했을 때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서 난민 수용소, 임시 수용소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한국으로) 올 수 없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현재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고요.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탈북민의 한국 입국이 줄어들면서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서 한국행 의사를 표하는 탈북민들을 적극 수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제가 알기론 그동안 (전임) 한국 정부가 (러시아 내 탈북민 수용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어요.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중국 쪽으로부터 들어오는 탈북민이 없으니까 최근 한국 정부가 (러시아 내 탈북민들을) 적극적으로 잘 수용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신형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후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들의 수는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입국 탈북민 수는 모두 67명으로 지난 2021년 입국자 수인 63명에 비해 소폭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