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구조 시도도 안한 청와대ㆍ국방부...감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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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유족 측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제대로 된 피해자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 이대준 씨의 유가족 측은 4일 사건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가 피해자가 북측에서 발견되고 사망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수색함선과 헬기 등에 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가 북측에서 발견된 사실과 사망한 사실을 (수색함선과 헬기 등에) 전파하지 않았다면 이는 수색 쇼를 한 것이며 피해자 구조조치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쯤 피해자가 북에서 발견되고 밤 9시 40분쯤 사망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색함선과 헬기 등에 즉각 전파하지 않았다고 유족 측이 판단한 근거는 크게 4가지입니다.

먼저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북측에 머물러 있던 시간대인 9월 22일 오후 5시 15분쯤 연평파출소가 여전히 연평도 해안일대를 수색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또 “상황보고서는 연평도 인근 군부대, 해경, 행정기관에 전파되는 중요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9월 23일 아침 8시까지 작성된 인천 해경의 상황보고서에 피해자가 북한에서 발견되거나 사망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인천 해경 상황보고서에 수색에 참여한 해경함과 해군함정이 피해자가 발견된 북측의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기록이 없다”는 점과 “수색에 참여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감사원은 이미 수사 결과를 공개 번복한 해경과 국방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날 유족 측이 전달한 요청사항과 자료를 참고해 감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하태경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이날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사건을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 위원장은 유엔인권사무소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유엔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내용을 확인”하고 “책임규명, 진상규명을 위해 유엔 쪽에 제소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족 측과 하태경 국민의힘 진상조사 TF 위원장은 지난 2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피해자의 위령제를 지내고 3일까지 연평도 해상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유족 측은 2일 위령제에서 피해자의 자녀들이 쓴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피해자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은 편지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아버지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아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남은 가족의 상처는 아랑곳 없이 삶을 짓밟아 너무 아프다”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으로 제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2일 피해자 위령제):딸이 너무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것 같아서 "아빠가 배에서 실종이 됐다."고 하니까 "엄마.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더 이상 아빠 이제 안 기다릴래."라고 말했습니다.

하 위원장은 해상 현장조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가 살아있었을 때 한국 해경함과 해군 함정이 북한과 가장 가까운 바다에서 감시했다면 북한이 피해자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