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돋보기] 두부밥 서비스 경쟁

0:00 / 0:00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양이 뿔 빼고 모든 게 다 있다는 북한의 장마당, 그런 장마당에서 파는 물건 하나만 봐도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만 있는 물건부터 북한에도 있지만 그 의미가 다른 물건까지, 고양이 뿔 빼고 장마당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들여다 봅니다. <장마당 돋보기>, 북한 경제 전문가 손혜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굶어 죽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만들어진 두부밥과 고난의 행군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인조고기밥은 지금도 북한 장마당에서 인기있는 길거리 음식이라고 합니다. 장마당에 가면 입구에 두부밥과 인조고기 장사꾼 수십 명이 쭉 늘어서 있다고 하는데요. 어디가 맛집인지 어떻게 고를까 궁금하네요. 손 기자, 맛이나 가격이 좀 다른 겁니까?

손혜민 기자 : 그렇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식량배급제가 무너지며 태동한 장마당에서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은 지금도 대중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지역마다 자리한 장마당 입구는 물론, 기차역이나 버스역, 지어는 학교 정문 주변까지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을 파는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의 공통점은 콩으로 만든 재료에 밥을 넣고 얼얼한 양념을 얹어 먹으면 단백질 보충과 대중의 입맛을 동시에 잡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수요자도 많고 공급자도 많다는 말인데요. 특히 종합시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정문 입구는 물론 무너진 담장 짬 사이나 샛길마다 종합시장을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음식 장사꾼에게 이런 입구는 명당 자리죠. 수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려면 정문 입구나 무너진 담장 입구 등을 통해 오고 가지 않나요. 때문에 종합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20~30명의 음식장사꾼들이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종합시장 입구가 진창길이 되어도 상인들은 절대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커다란 돌을 주워 나란히 놓고 그 위에 두부밥이 담긴 그릇을 놓아 안전장치를 하고요. 진창길에 손님들이 불편할 세라 음식 매대 앞에 연탄재를 두툼하게 깔아줍니다. 연탄재를 깔지 않은 매대 앞에는 손님들이 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수십 명의 상인들이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을 팔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맛 구분이 어렵죠.

고개를 갸우뚱 이리저리 둘러보는 손님들에게 눈치 빠른 장사꾼이 소리칩니다. 자기가 파는 게 까나리 양념이라고요. 두부밥이나 인조고기밥 맛은 기본 양념이 좌우합니다. 양념이 얼마나 맛있느냐에 따라 손님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양념은 기름에 고춧가루를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부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마지막에 마늘과 파, 들깨가루를 넣습니다. 고춧가루 가격이 오르면 밀가루도 넣는데요. 여기에 까나리를 넣으면 양념이 독특한 맛을 내는데, 양념 원가가 조금 더 들어가도 손님을 끌려는 상인들은 반드시 까나리를 넣고 양념을 만드는 겁니다.

가격은 거의 동일합니다. 수십 명 앉아 있는 두부밥 장사꾼과 인고조기밥 장사꾼들 사이에 나름 가격 담합이라는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죠. 만약 어느 장사꾼이 인조고기밥을 일반 가격보다 싸게 판다면 그 장사꾼은 수십 명의 장사꾼들에게 눈총 이상의 공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파장이 되면 달라지는데요. 이때는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두부밥이나 인조고기밥을 열 개 사면 한 개 더 주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 맛도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고, 가격도 동일하다면 장사꾼마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기 위해 까나리 말고도 또 다른 경쟁 요소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손혜민 기자 : 그렇죠. 손님을 끌기 위한 서비스 경쟁은 기술 탐구만큼 머리를 써야 합니다. 우선 옷차림과 화장에 신경을 씁니다. 똑같은 두부밥과 인조고기 장사꾼들이 길거리에 진을 치고 있는데, 손님들은 어디로 갈까요. 이왕이면 깨끗하게 입고 얼굴이 단정한 장사꾼에게 다가서기 때문이죠. 특히 시어머니는 집에서 두부밥을 만들고, 젊은 며느리가 두부밥을 팔아 수익을 나누기도 하는데요.

음식을 사서 먹는 손님의 입장에서 할머니보다 젊은 여성이 파는 음식을 선호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드물지만 7세~8세 어린 자식을 앉혀 놓는 경우도 있는데, 동정 심리를 서비스 경쟁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깨끗한 옷차림과 화장, 젊음이라는 서비스가 크게 통하지 않습니다. 온몸이 얼어 드는 겨울 날씨에 최고의 서비스는 뜨끈한 음식과 온기를 더해줄 연탄 화로입니다.

연탄 화로가 얼마나 크고 화력이 있느냐에 따라 손님 숫자가 달라지는데요. 이 때문에 겨울에는 두부밥과 인조고기밥 장사꾼들이 앉아 있는 길거리나 시장 입구에 연탄 화로가 등장합니다. 연탄화로가 없는 장사꾼은 음식이 담겨진 그릇을 솜옷으로 감싸주고 비닐로 덮어 음식이 식지 않게 애를 씁니다. 이로부터 음식 장사꾼들에게 학습효과가 일어났습니다. 겨울 뿐 아니라 여름철에도 햇빛 가리개(파라솔) 서비스가 있다면 매상고가 높아진다는 원리죠. 삼복 더위 때 일부 상인들은 수입한 파라솔을 설치하고 의자까지 놓아 시원한 그늘과 편한 의자로 손님들을 끌고 있는 음식 장사꾼이 등장한 배경입니다.

<관련 기사>

북 장마당 ‘사자머리 고추밥’ 서민들에 인기Opens in new window ]

[당신을 칭찬합니다] 두부밥에 대한 추억Opens in new window ]

진행자 : 결국 북한에서 두부밥이 잘 팔리려면 맛만큼 중요한 게 서비스라는 건데요. 북한에서도 당국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개념이 자생적으로 잘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네요. 그런데 두부밥이나 인조고기밥은 더운 여름에는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요. 여름엔 어떻게 보관하면서 팔까요?

손혜민 기자 : 두부밥은 기름에 튀긴 두부 외피에 밥을 넣고, 인조고기밥도 찜기에 찐 인조고기 외피에 밥을 넣으므로 다른 음식보다 상하는 시간이 덜하다고 봅니다. 식초를 조금 넣고 밥을 하면 더운 여름에도 쉽게 부패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름에는 하루 판매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음식 장사에 나서는 게 전략입니다. 특히 농촌지원 전투가 제기될 경우 손님이 없는 것을 타산하여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을 적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팔지 못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종합시장 매대를 돌면서 외상으로 주기도 합니다.

진행자 : 그렇군요. 지난해에는 사자머리 고추밥과 갈대말이밥 등 새로 개발된 길거리 음식도 등장했다고 하죠. 이처럼 북한의 길거리 음식 종류가 늘어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요?

손혜민 기자 : 한마디로 말씀드린다면, 소득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당은 통제가 시작되면 주민들의 장사 수익이 낮아지는데요. 그러면 음식 장사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손님들이 비싼 음식보다 싼 음식을 찾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격이 싸면서도 끈기가 있는 펑펑이떡(변성시킨 옥수수가루로 빚은 떡)이나 같은 온반(국밥)이라도 이밥이 아니라 잡곡밥이 잘 팔리는 이유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긴장하면 길거리 음식으로 소비가 가장 많은 두부밥과 인조고기밥보다 사자머리 고추밥과 갈대말이밥이 잘 팔립니다. 사자머리 고추밥은 한국에서 피망으로 불리우는 고추 안에 밥을 넣은 것을 말하고, 갈대말이밥은 갯벌에서 자라는 갈대로 밥을 싼 것을 말합니다. 이 음식은 밥량이 많으면서 가격이 싸므로 서민들이 선호합니다.

두부밥과 인조고기밥보다 사자머리 고추밥과 갈대말이밥이 밥량이 많은데 가격이 싸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두부밥이나 인조고기밥에는 쌀밥이 들어가지만 사자머리 고추밥과 갈대말이 밥에는 옥수수밥이 들어갑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 쌀 1킬로 가격은 북한 돈 7천원(미화 0.41달러), 옥수수 1킬로 가격은 3,600원(미화 0.21달러) 정도로 가격이 두 배 차이 납니다. 특히 사자머리 고추밥과 갈대말이밥에는 양념이 따로 없어 양념 원가가 들지 않습니다. 그런 옥수수밥이라도 배불리 먹지 못해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장마당 돋보기>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