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돋보기] 북한에 개를 위한 방한용품이 있다?

0:00 / 0:00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양이 뿔 빼고 모든 게 다 있다는 북한의 장마당, 그런 장마당에서 파는 물건 하나만 봐도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만 있는 물건부터 북한에도 있지만 그 의미가 다른 물건까지, 고양이 뿔 빼고 장마당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들여다 봅니다. <장마당 돋보기>, 북한 경제 전문가 손혜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북한에선 10월부터 구멍탄을 들이는 등의 월동준비가 이미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월동준비가 시작되면 장마당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이 있다고 합니다. 딱 이맘때 장마당 입구에는 두부밥 장사꾼만큼 볏짚 개우리, 그러니까 볏짚으로 만든 개집 장사꾼들이 주욱 진을 치고 있다고 하고요. 장사도 잘 된다고 합니다. 북한에 애견 인구가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는데, 개를 위한 겨울용 집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습니까?

손혜민 기자 :북한 도시에서는 세대 숫자만큼 개우리를 구매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집집마다 반드시 1~2마리 개를 기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먹을 것이 흔하고 평균 소득이 높은 한국에서는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지만,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도둑을 막기 위한 경비용으로 기르거든요. 어쩌면 한국보다는 북한에서 개를 기르는 주민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11월이면 북한 장마당에서 볏짚 개우리 장사가 성수기에 들어서는 이유인데요. 볏짚으로 만든 개우리가 방한용 개 상품인 겁니다. 농촌 지역에는 볏짚이 흔하니까 볏짚으로 만든 개우리가 딱히 필요하지 않지만요. 볏짚을 구하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추위가 시작되면 집집마다 볏짚 개우리가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 북한 장마당으로 가는 거리에는 볏짚 개우리를 팔려고 등에 지거나 손수레에 가득 싣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우리 장사는 계절 장사이므로 장마당 안에 고기매대나 과일매대처럼 고정된 매대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사꾼들은 장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볏짚 개우리를 높이 쌓아놓고 파는데요. 그 많은 볏짚 개우리가 매일 판매되는 현실은 북한 주민들의 월동 준비와 연관되어 있죠. 지금이 김장철이기도 하지만 월동용 연탄을 장만하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김장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연탄을 장만하는 비용은 김장 비용의 세 배 이상입니다.

그러니 김장 도둑보다 연탄 도둑이 더 많은데요. 보통 주민들이 장만하는 월동용 연탄은 11~2월까지 넉 달, 400대 정도로 창고에 쟁여 놓는데요. 이 많은 연탄을 경비 서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개에게 주어지는 겁니다. 개는 보통 낮에는 집 마당에 있지만 밤에는 연탄이 쟁여 있는 창고 안에 들여 놓고 경비를 서도록 합니다. 그러면 도둑이 창고 열쇠를 뜯으려다가도 그 안에서 개가 짖으면 달아나거든요. 가족이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연탄 경비가 중요하니 그 개가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볏짚 개우리도 중요한 겁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도 80년대, 90년대 초까지는 수백 장의 연탄을 창고에 쟁여 한겨울을 났는데요. 그 때도 연탄 도둑이 있다는 소식은 가끔 들었지만, 개를 경비용으로 키워야 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지금 창고에 구멍탄 수백 대 쌓아놓고, 김장까지 마친 집은 걱정이 좀 되기는 하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북한의 방한용품 볏짚 개우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죠. 손 기자 집에도 볏짚 개우리가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그 모양이 각양각색으로, 공예품처럼 잘 만든다고요?

손혜민 기자 :네. 평안남도에서는 2005년 처음 볏짚 개우리가 신상품으로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웃는 사람들이 더 많았죠. 누가 개우리를 돈 주고 사겠냐고요. 그런데 저를 비롯해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개는 원래 동네를 마음껏 다니도록 풀어놓고 길렀지만 개를 잡아다 식용으로 파는 도둑이 늘어나며 집 마당에 매 놓고 길렀는데요. 이 마저도 싸이나(독극물)를 개가 매어 있는 마당에 던져 그것을 먹은 개가 쓰러지면 잡아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밤이면 반드시 개를 부엌 전실에 들여놓고 재우고, 아침이면 마당에 내놓아야 하는 개 기르기 문화가 달라졌습니다. 전실은 보통 타일 바닥이므로 헌 옷이나 담요를 개 잠자리로 깔아주는데, 이게 매일 해야 되니 번거롭거든요. 그런데 손잡이가 달려 있는 볏짚 개우리가 장마당에 나와서 그걸 구매하니 밤이면 부엌 전실에 들여놓아 개 집으로 사용하고, 아침이면 마당에 내놓으니 개 기르기가 편리한 거예요.

그렇게 1~2년 지나자 볏짚 개우리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공장에서 퇴직한 아바이들이 전문 볏짚으로 개우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요. 볏짚 개우리가 많아지니 상품 경쟁이 일어나면서 개우리 모양과 품질이 다양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개가 서 있는 높이를 계산하여 볏짚 개우리를 만들었다면, 상품 경쟁이 일어나면서는 개가 앉아 있는 높이를 계산하여 개우리 높이가 높아지는 등 다양해졌죠. 저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과 달리 개는 서있는 키보다 앉아 있는 키가 크다는 걸 알게 되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그런 점까지 보완되면서 찾는 사람, 파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개우리가 점점 더 진화를 했겠네요.

손혜민 기자 :네. 점점 볏짚 개우리는 공예품처럼 예뻐졌는데요. 우리가 뜨개 옷을 보면, 파도처럼 꽈배기 모양으로 뜨개질을 하여 디자인을 멋지게 하지 않나요. 그 원리와 똑같습니다. 볏짚을 꼬아 개우리를 만들 때 편직기로 짠 것처럼 모양을 내거나 일부러 개우리 앞면에 꽈배기 모양으로 볏짚을 꼬아주어 다른 개우리와 차별화합니다. 디자인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가격은 오르죠.

지난주 평안북도 주민에게 요즘은 볏짚 개우리가 어떻게 달라졌냐고 물었거든요. 개가 들어가는 개우리 구멍에 두꺼운 천으로 문을 달아주거나 문 둘레에 색깔 있는 천으로 장식한 상품이 등장했다고 말해, 다시 한번 더 장마당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볏짚 개우리 가격은 아무런 장식이 없을 때 북한 돈 5천원(0.25달러), 개우리 문에 색깔 장식과 여닫이 문을 달아주었을 때 7천원(0.35달러)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기사>

[장마당 돋보기] 외면 당하는 중국산 김장 재료Opens in new window ]

[장마당 돋보기] 북한 군화가 한 달 만에 구멍 나는 이유Opens in new window ]

진행자 :직접 한번 보고 싶어질 정도로 궁금한데요. 솜씨 좋은 이 아바이들은 볏짚을 얻어 오는 겁니까, 아니면 어디서 사오는 겁니까?

손혜민 기자 :볏짚은 농장에서 사오는데요. 11월이면 협동농장마다 벼 탈곡이 한창이므로 볏짚이 나옵니다. 원래 볏짚은 팔고 사는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농민들은 탈곡장에 쌓여 있는 볏짚을 그냥 가져다가 취사용 연료로 사용하거나 돼지우리에 깔아 주었거든요. 도시 사람들도 볏짚이 필요하면 농촌까지 이동해 탈곡장에서 그냥 가져왔어요.

하지만 장마당이 발달한 2000년대부터 볏짚은 한오라기라도 공짜가 없어졌습니다. 볏짚 개우리가 상품이 되었듯이 볏짚 개우리 자재로 사용되는 볏짚 역시 상품이 된 겁니다. 지난해 황해남도 옹진군 농장에서는 농민들에게 결산 분배로 주어야 할 현금 대신 볏짚으로 준다는 소식도 전해진 바 있습니다. 국가에서 이제는 볏짚을 현금으로 공급하는 셈인데요. 그러면 농민들은 도시에서 볏짚으로 개우리를 만드는 상인에게 도매가격으로 넘겨 주고 현금을 받습니다. 볏짚을 추르면 북데기(짚 뭉텅이)가 나오지 않나요. 그 북데기도 공짜가 아닙니다. 북데기는 돼지 축산을 전문하는 개인이 돼지 겨울나기 상품으로 사갑니다.

진행자 :볏짚이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네요. 농장에서 나온 볏짚이 여러 단계의 유통과 가공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개를 위한 방한용품으로 장마당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건데요. 김치독을 위한 방한용품도 있다면서요?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겨울 김치는 크고 작은 독에 넣지 않나요. 독에 넣은 김치가 얼지 말라고 볏짚 나래를 엮어 치마처럼 둘러주는데요. 또 김치독마다 뚜껑을 덮어주는데, 크기가 다른 독 뚜껑마다 볏짚으로 만든 뚜껑을 덮어줘야 하므로 김치독을 위한 방한용품인 거죠. 볏짚으로 꼰 새끼도 많이 팔립니다. 지금 메주를 쓰는 계절이거든요. 또 시라지(시래기)를 엮어 처마에 매달기도 하는데요. 여기에 전부 새끼가 사용됩니다. 볏짚 하나로도 이렇게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더는 장마당을 통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장마당 돋보기>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