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 물가와 해외 시세를 알아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북한 물가’ 시간에 정영입니다. 오늘은 국제적 판도에서 달라지는 안전자산 개념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현재 가장 가치가 있는 자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당장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가정에서는 무슨 돈이 남아서 보유할 자산까지 있겠느냐고 먼 나라 애기 같지만, 겨울이 되면 땔감도 마련해야 하고, 다음해까지 먹을 식량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가정에서는 저축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북한에서는 “조선돈의 가치가 너무 하락해 ‘북데기(짚이나 풀 따위가 함부로 뒤섞여서 엉클어진 뭉텅이) 같다”라는 말이 자연히 나온다고 합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평양 지방에서 조선돈과 달러 환율은 1달러당2만 1000원이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24일에 비해 20%나 껑충 오른 것입니다.
북한 소식을 전하는 다른 매체들에 따르더라도 최근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은 킬로그램당 1만원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8월에 비해 100% 오른 가격입니다. 보통 가을이 끝난 다음에는 식량 가격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쌀 가격이 오르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겁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하는 함경북도 소식통도 “화폐교환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물가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돈 되는 물품을 대량 장만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돈 보다는 외화가 우선인데, 국가가 통제하니 식량이나 물건으로라도 미리 사두어 위기부터 모면하자는 것입니다. 북한돈을 가지고 있다가 큰 낭패를 본 2009년 화폐교환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국가나 개인이나 할 것없이 전쟁이나 경제적 위기에 대비해 안전자산을 선호합니다. 안전자산은 금이나 달러, 비축유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금이나 달러도 국가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마음대로 보관할 수 없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을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안전자산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안전자산이라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달러보다는 금이 더 선호되면서 금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세계 금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골드 프라이스’에 따르면 12월 13일 기준으로 1온스당 가격은 즉 31그램은 2천654달러입니다. 금가격은 지난 2022년부터 급격하게 올랐는데, 근 80% 오른 것입니다.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심리적 요인들이 있지만, 중국이 최근 몇 년간 금 비축을 꾸준히 늘리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중국은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며,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즉 중국이 금을 보유하면 위안화의 신용도가 올라가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됩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중요 고객이었지만,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 이후 금 보유량을 늘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많이 발행하며 가치가 하락하자 중국이 금 보유로 선회했기 때문이라고 경제 분석가들은 지적합니다. 거기에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국제은행간 거래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서 탈달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대규모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보존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주요 연사로 나서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강대국이 되도록 하겠다고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12월 12일 뉴욕증권거래소 시장 개장을 알리는 타종 행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포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암호화폐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며 밝히자 시장에서는 강력한 친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누구도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며 말해 서방의 금융제재로부터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다음은 세계 주요 화폐들과 물가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중국 위안화와 달러의 환율 움직임을 보면 12월 13일 기준으로 1대 7.27입니다. 중국정부의 위안화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은 ‘달러당 7위안’입니다. 위안화 안정화를 위해 중국이 뭔가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달러대 유로화는 1대 0.95, 일본 엔화는 1대 153엔입니다. 달러대비 한국돈의 환율은 1대 1435원으로, 최근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금 시세입니다. 12월 13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순금 1트로이 온스(troy ounce)당 가격은, 즉 31.1그램은 2천654달러입니다. 지난 주 같은 시기에 비해 1.5% 올랐습니다. 한편 12월 13일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1배럴(158.9리터)당 70.87달러,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1배럴당 74.5달러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