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甲>.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28일, 정치권 뉴스 1위에 등극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북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도 언급했던 인물,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 양에 대한 소식인데요. 과연 어떤 새로운 뉴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지 알아 보죠.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위세를 우려하는 부인 리설주 여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둘째 딸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27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또 타임스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딸의 손을 잡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러 나타난 것이 처음에는 후계자에게 왕관을 씌어 주는 것처럼 비쳤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또한 더타임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서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한 것이 동생 김여정 부부장과 부인 리설주 등 김정은 위원장 인생의 가장 중요한 두 여성 사이의 경쟁 구도를 진정시키려는 복잡 미묘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을 했습니다.
이예진: 단순한 후계 구도의 그림이 아니라는 얘기인데요. 이런 분석이 나오게 된 배경이 뭘까요?
김금혁: 더 타임스는 그 이유로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기에 리설주와 김여정이 서로 경쟁할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리설주 여사가 전례 없는 공개 행보를 보였다면 김여정 부부장은 김 씨 왕조의 직계 후손이자 또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의 뒤를 이을, 어떻게 보면 가장 명분이 있는, 자격을 갖춘 그런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정해진 승계 원칙이 명확하게 없는 김 씨 왕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김여정 부부장은 본인의 권력을 더 강화하고자 혹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을 장악하고자 김정은 위원장의 가족을 배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리설주 여사는 그와 반대로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런 분석은 또 우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나왔는데요. 최진욱 한국전략문화센터 원장은 더 타임스에 '김여정 부부장은 영향력이 강하고 야심만만하며 공격적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는 이를 반가워하지 않으며 바로 이 점이 김 위원장이 딸을 공개한 이유다'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이예진: 과거 조선 왕조 시대에 왕위를 둘러싼 권력다툼과 다를 바가 없네요. 그런데 이런 분석이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게 아니었죠?
김금혁: 그렇습니다. 이런 분석이 조금씩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던 시점이 바로 2018년으로 볼 수 있는데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한 것을 기점으로 지난 4~ 5년 사이에 김여정 부부장의 북한에서의 입지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상 대남 정책을 총괄하다시피 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늘 함께 하면서 예를 들어서 같은 가죽 자켓을 입는다든가 혹은 같은 말을 타는 등의 모습은 누가 봐도 김정은의 어심, 우리가 흔히 왕의 어떤 그런 생각을 어심이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런 어심이 자기한테 가까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리설주 여사를 불안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친족지간이라 할지라도 후계 구도를 놓고 벌어진 권력 다툼은 언제나 살벌했던 북한이기에 자식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북한 매체에서 ‘리설주 여사’라는 칭호로 불리기 시작했던 시점도 2018년입니다. 여사라는 칭호는 과거 김정숙이나 강반석 등 북한 최고 지도자의 어머니들에게 붙었던 최고급 칭호입니다. 리설주 여사라는 칭호는 결국은 현재 ‘김정은의 아내가 바로 나’라는 것을 나타낸 것과 동시에 ‘미래 권력의 어머니가 바로 자신’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김여정의 대담한 공개 행보가 리설주 여사를 자극했고 자녀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누가 서열의 우위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예진: 금혁 씨가 김주애 양의 등장을 두고 후계 구도를 제대로 정립하는 모양새라고 확신을 갖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금혁: 이번 분석 역시 복잡한 북한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분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밖에서 볼 때에는 북한의 김 씨 일가의 독재 체제가 매우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영원한 권력 같은 건 없고 특히나 독재 권력은 자그마한 균열을 통해서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합니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 최고 권력 주변 인물들은 늘 언제나 최고 권력을 위협하는 인물이 되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1순위 제거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친족이라 할지라도 김 씨 일가의 전체적인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면 사실상 북한의 어떤 권력 체제의 변화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주애 공개라든가 혹은 앞으로 있게 될 김여정의 공개 행보라든가 이런 점들을 우리가 매우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김 씨 일가 안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변화라도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해외 언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 김여정 부부장의 지금 심경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다음 소식 알아보죠.
김금혁: 명품 백을 들고 평양을 누비며 개인 트레이닝을 받고 요가를 배우는 이른바 평양 유튜버가 화제입니다. 자신을 유미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이 여성은 유창한 영어로 '코로나19로 수년간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평양이 궁금하실 것이다'라고 시작하면서 영상의 제작 계기를 밝혔습니다. 불고기와 냉면을 먹는 모습을 소개하며 이른바 먹방을 찍는가 하면 유원지, 즉 놀이동산이죠.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북한 축구 선수들을 만난 영상까지 게시하는 등 그야말로 평양 브이로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예진: 저도 봤는데 정기적으로 찾아와 보는 구독자는 6천명이 넘고, 최근 동영상은 5만 명 이상이 시청했더라고요. 지난해 6월부터 10여 개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영상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금의 평양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여기에 대한 비판도 많더라고요.
김금혁: 저도 이 유튜브를 거의 다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어디까지나 '보여주기식 유튜브 북한식 체제 선전의 유튜브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즉 북한 체제 선전에 이용되는 전형적인 또 다른 북한 수법인 거죠. 이런 유미라는 여성이 영상에서 보여준 일상은 평양의 일반 주민들의 생활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여성분이 소개한 장소들은 평양에서도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위락 시설입니다. 예를 들어서 운동을 하는 영상 같은 경우에도 북한의 헬스장이라든가 혹은 체육센터가 그렇게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등록을 하려면 또 달러로 결제를 해야 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사실상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미라는 여성이 평양의 핵심 계층 출신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접근할 수 없는 일상이다 보니까 영상 속 여성이 최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특권층이거나 혹은 상류층 출신의 전문 배우일 가능성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거죠.
이예진: 역시 아무나 출연한 건 아니었네요. 관련 기사들을 훑어 보니 인터넷 이용자들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안다, 평양공화국은 역시 다르구나, 평양귀족들의 천태만상' 등등 영상을 보고 북한이 잘 살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지는 않더라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많은 유튜브 구독자들도 이제는 북한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그림보다는 냉소적인 태도로 지금 이런 유튜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국 중심의 매체에서 이제 1인 기획 매체로 세계적인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을 북한도 파악을 했고 그 흐름에 맞게 과거 북한 방송국이 제작하던 선전 영상을 마치 개인이 제작하는 듯이 보여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죠. 거의 모든 영상에서 여전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김정은의 위대성에 대한 칭찬이라든가 혹은 김정은 덕분에 북한의 인민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봤을 때 선전 현상에 불과하다고 우리가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영상들이 우리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입니다. 우리 한국의 유튜버들을 예시를 들어봤을 때 어느 누구 하나 정권을 저렇게 찬양하거나 최고 지도자를 칭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비판을 많이 하죠.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인 미디어 혹은 1인 영상의 장점인데 북한은 그 형태만 따라 했을 뿐 내용은 기존 북한 홍보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북한의 그러한 어떤 선전에 매우 익숙한 것이죠.
이예진: 진짜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유튜브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부터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甲,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