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활수준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개성시에서 굶어 죽은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6일, 한국의 언론인 연합뉴스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개성에서는 식량난으로 하루 수십 명씩 아사자가 발생을 하고 있고 또 혹한 피해까지 겹쳐서 극심한 생활고로 자살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개성 특별시는 북한에서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실제로는 서부 평야지대로부터, 즉 곡창지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식량 상황이 다른 지역보다 좋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배급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그 배급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아무래도 계속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겠죠. 뒤늦게 지난달 중순 고위 간부를 현지에 파견해서 실상을 파악했습니다. 개성 내 민심의 혼란이 심화되고 또 악화되자 지난달에는 또다시 최측근들을 현지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 코로나비루스로 중국과의 교역이 막히면서 북한의 식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개성에서만 하루 수십 명의 아사자가 나온다는 건 충격이네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금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요?
김금혁: 글쎄요. 북한 내부의 자료를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아시겠지만 북한에서 나오는 이런 통계 자료는 없는 상황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 발표를 인용을 했습니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어디까지나 예상 수치고요. 2022년도에 451만 톤이었고, 2021년에는 469만 톤이었다고 하면서 즉 지난해 2022년의 식량 생산량이 전년보다 3.8%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을 했습니다. 보통 북한의 한 해 식량 부족분이 100만 톤 정도로 보는데 작년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이 된 거죠. 그뿐만이 아니라 유행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달 하순에 노동당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했습니다. 전원회의의 주제는 오직 한 개입니다. 농사 대책을 ‘절박한 초미의 과제’로 지칭을 하고 이제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거죠. 당 전원회의는 보통 매년 한두 차례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 연말 이후 약 두 달 만에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그만큼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 되겠습니다. 실제 북한 매체에서도 애국미헌납운동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는데 이 애국미라는 것은 결국은 국가로부터 받은 식량을 국가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자발적으로 다시 국가에 되돌려 달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개성의 무상 배급으로 부족해진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을 했습니다.
이예진: 요즘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를 다시 맞은 것 같다는 주민들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경제난을 예상했다면 제일 먼저 신경 썼어야 할 부분이 바로 식량 생산량이었을 텐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김금혁: 북한 당국도 분명히 신경을 썼습니다. 신경을 많이 썼다는 방증 중에 하나가 북한 최근에 나온 장마당을 배제한 채 곡물의 생산과 유통을 직접 통제하는 '신양곡정책'이었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 당국의 신양곡정책이 식량 조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장마당에서 개개인이 식량을 팔고 사는 행위가 가능했지만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면서 개인이 하는 모든 양곡 판매를 중단했고, 그걸 국가가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즉 30년 전 국가 배급 체계, 고난의 행군이 있기 이전의 철저한 국가 배급 체계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그게 모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유통을 금지하니까 암시장에서 식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반면에 배급 시스템은 사실상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비효율이 나오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정권이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이 쇄국으로 정책이 돌아서면서 외국과의 무역이 전면적으로 통제가 됐죠. 특히나 중국에서 들여오던 여러 식료품들의 수입이 막히면서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결국은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 당국에게 있으나 북한은 잘못된 정책도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절대로 잘못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정책의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물밑에서 그것을 설사 인정했다 하더라도 정책의 수정 또한 매우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책의 난맥상들이 현재 북한 주민들을 가장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예진: 네. 한국 국민들도 이번 소식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관련 기사들에 달린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견이 수 천개에 달하는데요. 인민을 굶기고 핵개발에만 몰두해 있는 김정은에 대한 욕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소개해 드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엔 절대 북한을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금혁: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북한이 얼마나 많은 군사적 도발을 했습니까.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또 걸핏하면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존심 하나 지키겠다고 아무런 의미 없이 허공에 날린 미사일들을 식량으로 환산하면 지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오직 남한 협박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남한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보편적인 인식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한 국민들이 보기에 도움을 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매번 북한이 어려울 때마다 항상 인도적 지원을 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에 대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이러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면서 더 많은 것을 뜯어가려는 그런 행태를 반복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한 국민들은 이제 북한의 그런 장난에 신물이 났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 때 먹었던 쌀을 다시 수입해 주민들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최근 북한이 길고 가는 모양의 장립종 쌀을 대거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주민들이 이를 공급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장립종 쌀을 장마당에 다시 내다 팔고 다른 쌀을 구매하기도 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의 황해북도 소식통은 지난 2일, "1월 음력설을 맞아서 사리원시 양곡 판매소에서 장마당 가격의 반값으로 잡곡과 백미를 8대 2의 비율로 줬다"고 하면서 3인 가족은 10kg을 줬는데 안남미처럼 생긴 쌀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데일리NK에 앞서 미국의 소리(VOA)방송도 북한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중국에서 장립종 쌀을 대량 수입했다고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대량으로 수입한 쌀을 연초 주민들에게 공급해 흉흉한 민심을 달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장립종 쌀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싸늘합니다.
이예진: 네. 한국에서 장립종 쌀은 윁남의 쌀이라고 해서 안남미라고도 불리는데요. 일제 식민지 시절, 일제의 쌀 수탈로 먹을 게 없어서 처음 수입했던 거라고 합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난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얘기 같은데요.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 것으로 전해지고 있나요?
김금혁: 저도 개인적으로 안남미를 북한에 있을 때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아마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당시 북한에서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한 이후에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식량을 긴급 조달받으면서 그때 들어왔던 쌀이 안남미였습니다. 그때 이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안남미라고 하면 고난의 행군이 바로 떠오를 수밖에 없죠. 또한 고난의 행군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안 좋습니다. 지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매년 농사를 강조하고 또 농업혁명, 농업혁명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고 급기야 고난의 행군 시기에 먹어야 했던 안남미를 다시 배급을 받게 되니 어쩌면 고난의 행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만과 불안이 북한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면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겠죠. 그래서 뭐라도 해본다고 전원회의도 열고 또 간부들도 현장으로 급파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은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입니다.
이예진: 예외적으로 곧 열리게 될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우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