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달 26일,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두 달여 만에 다시 열었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례적인 만큼 급박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식량난,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달 26일 조선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개막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지난해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 사업' 평가와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절박한 과업과 해결을 위한 실천적 방도'가 토의됐다고 소개했습니다. 확대회의 소집을 예고했던 2월 초에 이어서 또 다시 '절박하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북한이 식량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노동당 전원회의가 두 달 만에 다시 열리는 것도, 농사와 같은 농업 문제를 단일 의제로 전원회의에 개최한 것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래서 북한 당국이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은 가운데, 전원회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전원회의가 열리게 된 배경을 먼저 좀 살펴 보죠.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는데요. 최근 개성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이 시간에도 전해드린 바 있고요. 또 얼마 전에는 굶주림에 시달린 수감자들이 교화소를 탈출하는 일이 있었다면서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22일, 한국의 연합뉴스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평안도와 황해도 등 지방 교화소에서 수십 명의 수감자가 집단 탈출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탈옥범들은 도주 과정에서 식량을 뺏을 목적으로 살인까지 저질러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사태는 교도소 내 식량 부족 상황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유입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경을 봉쇄한 탓에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교도소 배식이 매우 열악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교화소 직원들까지도 수감자용 식량까지 빼돌려 돈을 착복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교화소 내 의료 지원도 열악해서 최근 2년간 평안남도 개천교화소를 포함해 북한 내 3곳의 지방 교화소에서 수감자 700여 명이 아사하거나 병사했다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예진: 이 정도 상황이면 전원회의가 또 열릴 만 합니다. 당국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요. 문제는 전원회의를 통해서 북한 주민과 농민들을 살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느냐 아니겠습니까?
김금혁: 당장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북한도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회의는 여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중요한 것은 지도부가 뭐라도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회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 해답은 의외로 쉽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국경을 개방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 세력들로부터 식량을 조달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수년간 북한이 유지해온 방역 정책의 근간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한 자급자족을 목표로 내세웠던 신양곡정책,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입안했던 이 신양곡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회의라도 열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척 보여주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회의를 통해 어떤 용기 있는 간부가 나서서 신양곡정책을 폐기하고 시장에서 식량 판매를 다시 재개하자는 주장을 할 수만 있다면, 그 나름대로 회의가 의의는 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북한에서 그러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예진: 전원회의가 끝나고 나서 북한주민들이 또 한숨을 쉬게 될지, 혹시나 획기적인 방안에 기대를 하게 될지 그때 또 새로운 소식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의 경제자유지수가 29년째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의 경제자유지수가 29년째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VOA,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워싱턴에 있는 헤리티지 재단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년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조사 대상 176개국 가운데 가장 꼴찌인 176위를 기록했습니다. 경제자유지수라는 것은 쉽게 말해 한 국가 내에서 개인과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나타내는 지수를 말하는데요. 이 보고서는 법치주의와 규제의 효율성, 정부 개입, 시장 개방 등 이 4개 항목 내 총 12개 분야를 평가하는데, 북한은 100점 만점에 겨우 2.9점을 받았습니다. 북한의 점수는 지난 2021년 5.2점, 2022년 3점에서 계속 하락한 것으로, 특히 법치주의 항목에서는 사법 실효성과 정부 청렴성 부문 점수가 전년보다 매우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예진: 해마다 평가하고 발표하는 보고서입니다만,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진 올해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북한이 만년 꼴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죠?
김금혁: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독재 지도부가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민을 파산에 이르게 한 명령과 통제 체계를 고수하고 있으며, 정부가 모든 주요 활동을 통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에 대한 엄격한 중앙의 통제로 기업가적 활동은 불가능하며 무역과 투자 방향 모두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의 대규모 군사비 지출이 부족한 자원을 더욱 고갈시킨다고 언급했습니다. 쉽게 한번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크게 네 가지 부분이잖아요. 법치주의, 규제의 효율성, 정부 개입, 시장 개방. 하나하나 따져보면 북한이 왜 만년 꼴찌를 기록하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법치주의부터 봅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러한 당연한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습니다. 돈 있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 혹은 백 있는 사람은 법 위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들이고, 오직 가난하고 힘 없는 일반 주민들만 고통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된 변호사도 없죠. 경제는 또 어떻습니까? 이미 수십 번도 넘게 실패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
시장 개방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간단합니다. 시장 개방은 경제 개혁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윁남), 라오스의 사례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지만 현재 가장 빠른 성장 그래프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개혁 개방에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할 수 없습니다. 개혁 개방은 자신들이 죽어라 고집했던 계획경제의 실패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안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의 삶, 나라의 경제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권력과 품위 유지만 신경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지수가 이렇게 최하위를 기록해도 전혀 놀라울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예진: 정답은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전원회의 같은 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라 경제자유지수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라디오를 듣고 계시는 시청자분들도 이제는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 역시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아집을 좀 내려놓고, 북한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그들 스스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저는 이 질문과 관련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좀 하고 싶습니다. 그가 만약 진정으로 북한을 정상국가화 하고 사람들의 진실된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과거의 방식에서 잘못된 점은 없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10년 전 과거와 같은 길을 가면서, 과거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미래를 꿈꾼다면 그건 그냥 망상입니다.
사람들의 충성심은 강요한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끝없는 세뇌를 가하면 어느 정도 성과는 있겠지만 결국 그 세뇌가 느슨해진다면 다시 반발이 생겨나겠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을 보세요. 경제가 발전하고 과거에 비해서 많은 자유가 주어졌지만 여전히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정부가 잘 하니까 국민들이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포기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그 경쟁이 법치 아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드는 것이 오직 정부의 역할입니다. 그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라디오 방송을 꼭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