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아사자 속출하는데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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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6일, 북한 노동신문은 '농업 전원회의'의 결론을 각급 당 조직 별로 학습시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별 대책 없이 수확고만 늘리라는 회의 결과를 열심히 외우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는데요. 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루카스 렌히포-켈러 연구원은 유엔과 한국 정부 모두 교역 현황과 위성사진 등을 바탕으로 북한 내 식량 공급이 '인간이 최소한의 필요를 채울 양 아래로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엘리트와 군을 우선시하는 북한 관행상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주민들에게 식량이 동등하게 분배된다고 해도 '굶주림과 관련된 죽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19 유행 이전에도 북한은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고, 지난 3년간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고 CNN은 전했습니다.

이예진: 개성에서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벌써 몇 주가 지났습니다. 전원회의에서도 별다른 내용이 없었으니 지금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데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대책,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김금혁: 저희가 개성에서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그리고 가장 최근에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벌써 국경지대에서도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 들려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대외 무역을 최소화하는 등 자국을 더욱 고립시켰고 또한 지난해 한 해 동안에는 기록적인 빈도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자원도 고갈시켰다는 것입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2020년 김 위원장이 '국경을 넘으려는 자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북한 경제 유지에 큰 역할을 했던 비공식 교역 즉 밀매업이죠. 이 비공식 교역도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평범한 주민들이 상품을 사는 북한 내 시장들의 이런 비공식 교역이 주된 생명줄 가운데 하나인데 북한은 국경을 틀어 잠그고 무역을 또 틀어 잠그면서 이러한 비공식 교역이 완전히 막혀버리면서 사람들은 이제 장마당에서 어떤 것도 구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인데요.

이러한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반대로 하면 되는 거죠. 북중 무역을 재개하고 또 시장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그런 어떤 밀매업이라든가 혹은 여러 가지 비공식 교역을 어느 정도 눈감아준다면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물류의 흐름이 원활해지거든요. 물류의 흐름이 원활해진다면 다량의 식료품이 다시 시장으로 들어오고 사람들이 어떤 그 식료품을 구매하면서 저는 식량 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현재와 같은 아사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죠. 하지만 이런 장마당을 틀어막고 또 이런 밀무역을 틀어막는 이런 모든 것들은 북한 내에서 중산층이 생겨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 때문입니다. 즉 이런 중산층이 생겨나면 생겨날수록 더욱더 북한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우려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중산계층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삐뚤어진 판단이 이러한 모든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 정권이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전문가들의 조언 하나만이라도 수용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북한 주민들도 숨 쉴 틈이 생길 테니까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전혀 색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식량난 해결이 시급한 북한 당국은 지난 5일, 정신력만 강하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국가 발전의 동력은 수백만 당원들과 인민들의 무한한 정신력'이라고 1면 기사에 실었죠. 그리고 그 해당 기사에서는 '인민대중의 강한 정신력이야 말로 천만금의 제보에도 비길 수 없는 민족의 제일 제보이며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최강의 무기다'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신문은 이어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극복한 일, 또한 군수공업 부문이 제작한 농기계 5500여 대를 황해남도에 전달한 일, 그리고 또한 농촌 살림집을 건설한 성과 등을 언급하면서 위대한 정신력이 안아온 필연적 결과'라고 선전을 했습니다.

이예진: 이게 저만 황당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비료 한 포대라도 더 확보해주면서 수확고를 올리라고 해도 모자를 판국에 정신력을 강조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저만 그런 거 같지는 않습니다. 남한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죠?

김금혁: 매우 비슷한 반응들이 인터넷에 넘쳐났습니다.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을 보면 거의 내용이 비슷합니다. '황당하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배고픔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라는 말이 나오느냐'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듣기에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한국에서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할 것 없이 모두 물러나야 하는 정말 엄중한 사태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오직 국민에게 고통을 견뎌내기를 강요하면서 정신 무장만 강조하는 이러한 사태가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심각한 비정상적 상황인 거죠. 김정은 위원장 한 사람의 고집과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 전체를 도탄에 빠뜨리는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로하며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겠는지 이런 것들을 문의하는 그런 댓글들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주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대충 눈치를 챘기 때문일까요?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직접 비료 문제를 챙긴 일화를 소개하며 미담 제조에 나섰더라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로 향하는 비판을 조금이라도 무마하고자 북한 선전매체들은 연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과거 미담 제조에 나섰습니다. 노동신문이 6일 보도한 '이른 새벽에 걸어오신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평안남도 도당의 한 책임일꾼은 지난 2016년 6월 15일 새벽 3시에 김정은 총비서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최고 지도자가 이른 새벽부터 북한의 비료 생산을 걱정하며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그런 뻔한 내용인데요.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하에 신양곡정책이 발표가 되지 않았습니까? 또 그 결과로 농산물 유통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 사태에서 조금이나마 최고 지도부로 향하는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이러한 뻔한 선전 선동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이예진: 그러기 위해 7년 전 얘기를 한다는 게 씁쓸한데요. 이런 기사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과연 조금이라도 있을까요?

김금혁: 저는 개인적으로 비교적 미미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것도 한두 번이지 북한은 늘 이런 방식으로 대처를 했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또 이러네' 이런 반응일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충성심 경쟁, 사상적 세뇌가 아닌 실질적인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식량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 생산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바꿔야 하고 또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식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봉쇄한 무역로를 풀고 식량을 수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더 많은 아사자가 생길 뿐이죠. 정신 상태를 아무리 강조하고 사상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서 없던 쌀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정신 상태가 아무리 내가 정말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아사는 피할 수 없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미덕을 퍼뜨린다고 해서 굶어 죽는 사람이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남은 가족들은 더 큰 반감만 생겨나겠죠. 최고 지도자라는 자리는 권한만 누리고 권력만 누리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권한이 큰 만큼 그에 비례하는 막중한 책임도 함께 짊어지는 자리입니다. 그것이 왕관의 무게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구렁이 담 넘듯이 책임을 회피하고 정신 교육만 강조하면서 모든 고통을 국민에게 되돌리는 북한 지도부의 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