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여정 막말 담화문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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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오늘은 한국에서 막말 담화로 유명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죠.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이런 소식으로 첫 소식을 시작하는 게 정말 어떻게 보면 안쓰러운데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9일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한국의 전문가들이 이를 조악한 수준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앞서 조금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요. 북한이 준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게 준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이었고, 북한은 정찰 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시험이었다고 언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발사체가 찍은 용산, 그리고 인천의 사진들을 공개를 했죠. 하지만 그 사진이 공개되고 나서 전문가들은 이 사진들이 정찰 위성용 카메라로 찍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악한 수준이라는 비판적인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이 비판적인 분석을 받아보고 김 부부장이 이런 담화문의 내용을 발표를 했는데요. 몇 가지 제가 예를 좀 들어드리겠습니다. ”남을 걸그락질하는 그 몹쓸 버릇 남조선 괴뢰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지루하고 진저리가 나서 몸이 다 지긋지긋해진다”, “어떤 자는 우리의 발표를 서두른 발표라고 평하면서 아마도 저들의 '첫 독자정찰위성개발에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는 진짜 말 같지도 않은 개 짖는 소리를 한 것도 있더라”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참 제가 지금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정말 옮기기가 너무나 어려운 그런 수준의 막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이예진: 이게 남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해서 저희가 어느 정도만 말씀드린 거지, 한국에서 저런 욕설에 가까운 표현은 방송 불가입니다. 노랫말 가사 하나에도 욕이 들어가면 라디오나 TV방송에 나오질 못하거든요. 그래서 남한에서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의 막말에 대해 자세히 얘기 나눠보죠. 김 부부장의 막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죠?

김금혁: 역사가 깊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서 대남 분야, 대미 분야 등 외교 업무 전반을 관장하기 시작하면서 막말이 시작이 됐는데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외 메시지를 발표를 하는데 꼭 그럴 때마다 막말을 섞어서 하는 김 부부장의 태도를 우리가 여러 차례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 번째인데요. 지난달 24일, 즉 11월 24일에는 이런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이 앉아서 해 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하면서 "남조선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 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느냐"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또 지난 8월에도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비판하면서 "정말 인간 자체가 싫다"라는 표현도 했었죠.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윤석열 정부 이후에 다시 재개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판하면서 내놓았던 막말과 험담의 일환인데요.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또한 남한과 미국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 군사훈련이 북한의 심기를 자극할지언정 이렇게 아이들도 보는 방송에서 이러한 막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가 아닌가 이런 우려가 듭니다.

이예진: 과거 북한 방송에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할 때도 충격적이었는데, 이제 그 정도는 약과네요. 북한 주민들은 험한 말로 넘치는 이런 담화문을 방송에서 보면 어떨까요, 혹시 많이 접해서 아무렇지 않을까요?

김금혁: 두 가지 얘기를 제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2019년에 탈북을 해서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고 계시는 어떤 분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분은 나름 고위층에 계셨고 외교 분야의 업무를 보셨던 분이셨거든요.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분이 북한에 계실 때 '이런 막말 외교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즉 대외 메시지를 발표하는 사람이 저런 막말을 할 수가 있냐'라는 그런 참담함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이걸 받아들이는 북한 사람들도 '속이 시원하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다수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너무한 것 아닌가, 이건 지나치게 선을 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실 것 같고 북한이 과거에 이랬던 적이 없거든요. '불바다를 만들어 버리겠다'는 말도 사실상 그 뒤에 깔려 있는 위협이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계산에 의해서 나온 말이라면, 김여정 부부장의 이런 막말들은 계산이 없이 오직 감정적인 것에만 충실해서 나오는 반응이라는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북한 사람들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한국에서는 그 누구보다 거침없고 저속한 막말 담화문을 계속해서 내고 있는 김여정에 대한 관심, 언론에서도 큽니다. 김여정 담화문에 대한 분석과 비평도 잇따르고 있죠?

김금혁: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막말 행보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 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자신의 감정을 어떠한 여과 없이 그대로 내비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북한 사회 구조상 김정은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김여정 부부장의 권력을 입증해 주는 그런 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나치게 도가 넘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정상국가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김정은의 오래된 염원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국격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논평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데, 결국 이것은 북한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면, 북한이라는 국가의 체면만 깎아내릴 뿐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또 그뿐만이 아니죠. 남한 내에도 남북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분들도 김여정의 막말 담화가 나올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 조금씩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김여정의 이러한 강도가 센 발언, 막말 이런 것들이 지속될수록 북한에 대한 어떤 반감이나 북한에 대한 비호감만 높아갈 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놓고 봤을 때 얻는 것은 하나도 없고, 결과적으로 패착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이예진: 사실 첫 담화문 때부터 거침없는 의사표현을 하는 김여정을 두고 권력 서열에 대한 추측도 많이 나왔었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초창기에 김여정의 욕설 담화를 보았을 때는 제가 앞서 언급해드렸던 것처럼 본인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도 일정 부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기존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막말의 담화문이 북한에서 나오려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허가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김여정의 이러한 막말들은 결국 뒤에 오빠가 어느 정도 보호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라는 그런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딸이 후계 선상에 등장을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갈 때마다 공식 석상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후계 구도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판단이 많이 있었습니다. 즉 여성에게도 김 씨 일가의 권력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암암리에 사람들한테 전해지면서 김여정 부부장도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후계 선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뭔가라도 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만 들어서 벌써 여섯 차례 이렇게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은 그만큼 조급함이 있다라는 뜻이기도 하겠고요.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혹은 조금 더 알리기 위해서 이렇게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예진: 네. 그렇다면 시사 평론가로서 보시기에 김여정의 서열이 2위에서 그 이후로 더 밀려난 게 아닌가 싶다면 앞으로의 담화문,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길까요, 어떨까요?

김금혁: 저는 일단은 조금은 이러한 기조가 유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서 이것을 제지할 상황이 올 거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굿 캅 배드 캅 전략'이라는 게 있죠. '좋은 경찰 나쁜 경찰'이라는 말이 있듯이 김여정 부부장이 앞에서 이렇게 온갖 못된 말을 다 쏟아내고 남북관계를 뒤흔들고 위협을 해댔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그 뒤에 등장하면서 넌지시 평화 제스처를 취하거나 혹은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챙겨 가기 위한 그런 조금 수습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발언들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어디까지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하나의 불쏘시개, 본인의 어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하나의 작은 퍼즐에 불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고요. 본인의 좁아진 입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후계 구도에서 본인의 몫을 챙기기 위해서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기상천외의 것도 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이예진: 말씀 듣고 보니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한 김여정 부부장의 막말 담화는 아마도 계속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희 방송에서 내보내도 될만한 언어사용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