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소규모 시장을 허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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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새해를 축하합니다. 2023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작년만큼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의 북한의 분위기는, 오늘날과 참 달랐습니다. 2013년부터 14년 사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빠르게 나아졌습니다. 당시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 덕분에, 드디어 고생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 돼버렸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북한 지도부가 시작한 정치 도박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 정권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의식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러 기관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크게 강화했고, 북한 경제는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북한 지도부의 희망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압박에 굴복해 북한이 원하는 대로 양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2012년부터 시작했던 경제 정책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북한은 이 정책을 ‘경제관리개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1980년대 자본주의를 도입하기 시작한 중국의 정책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경제개혁 정책이었습니다. 분조 관리제이든, 사회주의 기업 독립채산제이든, 다 비슷한 경제개혁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식 경제개혁은 다른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맺어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입니다. 2017년의 핵 위기 이후, 북한의 대외 무역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경제개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무런 희망이 없을까요? 북한은 경제발전을 다시 시도할 수 없고, 대륙간미사일은 만들지만 주민들에게 쌀밥은 줄 수 없는 나라로 남게 될까요? 비관적으로 생각할 근거가 없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난의 출구는 무역과 별 관계 없는 경제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농업개혁, 특히 토지개혁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고, 농민들이 수확의 일정량을 당국에 바치고 남은 것을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어떨까요? 식량 생산은 크게 늘고, 중국의 의존도도 많이 낮아질 것입니다.

물론 북한 당국자들은 농민들이 땅을 받는다면, 국가의 감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공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포는 과장된 것입니다. 세계 역사가 여러 번 보여주듯이, 농민들은 지나친 압박을 받지 않는다면, 농사 외의 일에는 큰 관심이 없으며, 정부를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공업 부문에서 여전히 개혁이 가능합니다. 지금 중국에서 중화학공업 시설을 수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북 제재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봉틀과 같은 기계는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국내에서 경공업 발전이 가능합니다. 개인이 작은 공장을 만들게 허용하고 가두 녀성들을 고용해 옷이나 신발을 만들 수 있다면 인민들의 소비생활이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 이들도 정치적으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제가 갖는 희망은,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 지도자들이 이러한 소규모 시장화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민들을 도와주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정권의 기반도 크게 흔들지 않는 정책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