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노동자의 또다른 이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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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통계를 국가 기밀로 여기는 북한에서 살고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은 놀라워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매년 자국에 입국한 사람, 출국한 사람의 통계를 공개적으로 발표합니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닙니다.

얼마 전, 러시아 당국자는 2024년에 러시아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통계는 북한 국적자들의 출입국 통계일 텐데요.

2024년에 러시아에 입국한 북한 주민들의 숫자는 13,221명으로 2023년에 비하면 무려 12배나 늘어났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2023년 말부터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무기 무역을 비롯한 경제 교류도 활발해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에 입국한 북한 사람이 늘어났을 겁니다.

또 2024년 말부터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물론 파병된 북한군의 숫자는 출입국자 숫자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통계가 중 매우 이상한 부분도 발견됩니다. 북한 사람 7,887명이 유학생 신분으로 러시아에 입국했습니다. 1980년대 러시아에 온 북한 유학생의 숫자를 다 합쳐도 수백 명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7,800여 명은 왜 유학생 신분이라고 주장했을까요? 당연히 유학생으로 간 사람들은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이유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입니다. 2010년대 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은 금지됐습니다. 러시아 정부도 당시에 제재 결의를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러시아 원동 지역, 특히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경제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습니다.

러시아 국가 입장에서도,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러시아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도 북한 노동자와 같은 노동력은 환영입니다. 그들은 열심히 출근하고, 법을 잘 지키고, 파업이나 노동 운동을 하지도 않으며, 매우 조용하게 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3~4년 정도 러시아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 수요가 더 높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도 국제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과거만큼 제재 결의를 지킬 의욕이 없다고 해도 노골적으로 위반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러시아 당국은 노동자에게 다른 이름표를 나눠줬습니다. 바로 가짜 유학생 신분입니다. 지금 러시아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10~20만의 노동자가 필요로 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 사람이 매년 수만 명 입국했다는 보도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들의 절대다수는 유학생이 아닌 유학생으로 위장한 노동자들일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