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의 38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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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은 아직 북한에서 국가 명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날이 4월 15일이나 2월 16일처럼 민족 최대명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조만간 김정은의 생일도 태양절이나 광명성절처럼 명절로 선포될 것입니다.

올해 김정은은 38살이 됩니다. 10년 전, 권력을 세습 받았을 때 그는 세계에서 제일 젊은 국가 지도자였습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김정은만큼 젊은 국가통치자는 거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외의 동향을 보면 김정은은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북한을 통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어쨌건 38번째 생일을 맞은 김정은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김정은이 통치했던 지난 10년의 기간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두 시대가 존재합니다. 첫 단계에서 김정은은 나라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김정일과 달리 해외 생활을 잘 아는 김정은은 북한 인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잘 알고 있었는데요. 물론 당시, 김정은의 제1 목표는 정권 유지였지만 북한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는 분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정권 유지를 위해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완화하지 않고, 쇄국정치를 강화했습니다. 단 경제 정책만은 중국의 1980년대 초 경제 개혁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좋은 사례는 ‘포전담당제’ 그리고 ‘사회주의기업관리책임제’였습니다. 경제 상황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평양에 다층건물이 생기고 생활수준이 많이 높아졌으며 지방의 생활 수준도 나아졌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은 2016년, 매우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연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열심히 도발했습니다. 김정은의 목적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무기 개발을 가속화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많은 양보를 받고 특히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야심까지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에 북한의 공세는 모험주의 냄새가 없지 않았지만, 흥미롭게도 거의 성공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은 두 번째 회담을 가졌지만, 회담은 결렬되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미국에서 양보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례없이 엄격한 유엔 제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시작된 신형코로나비루스 위기는 추가로 북한에 타격을 주었습니다. 북한은 즉각적으로 비상방역조치를 선포하고 국경을 봉쇄했는데요. 이로 인해 북한 경제는 더욱 심한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은 2016년까지 추진했던 정책을 포기했고 다시 중앙계획경제를 비롯한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국내외 상황 그리고 초특급 방역 조치를 고려한다면 북한은 2010년대 초 시작한 개혁정책을 거의 추진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개혁 후퇴는 장기적인 것일까요? 일시적인 것일까요? 현 단계에서 그 답을 아는 사람이 없는데요. 아마 김정은 본인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의 장기적 전망을 감안하면 이 질문에 올바른 정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신형코로나비루스 위기가 정상화된 다음에, 80년대 중국처럼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방법뿐 입니다.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정은이 이 사실을 알고 있거나, 조만간 깨닫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