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이 자신의 나라를 묘사할 때 빈번히 사용하는 표현이 “공화국”입니다. 그러나 북한을 공화국으로 묘사하긴 매우 이상합니다. 왜 그럴까요? 공화국 국가라면 북한에 없는 특징 2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공화국에서는 자유로운 정치 토론이 가능합니다. 시민들은 국가의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정부의 정치노선과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부 및 지도자들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에서 이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화국의 두 번째 특징은 최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 제도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정상적인 공화국에서는 일정한 기간마다 후보 몇 명이 경쟁하는 선거에 출마하고, 나라를 통치할 권리를 인민투표로 얻을 수만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북한은 공화국과 거리가 멉니다. 북한은 제대로 된 선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최고 정치권력은 대를 이어 세습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자칭 공화국인 북한의 정치체제는 사실상 세습 독재입니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아주 예외적인 것이 아닙니다.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무력이나 교활한 음모로 권력을 잡은 사람은 스스로 황제나 왕위에 오르고 자신의 아들이나 다른 친족을 세자로, 즉 계승자로 임명했습니다. 운이 좋다면 이 가족은 수백 년간 나라를 다스리는 왕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약 100년 전부터 시대정신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군주제를 시대착오적인 정치 구조로 여겨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 전 자신을 왕조 창시자로 만들었던 사람처럼 대통령이나 국가주석, 혹은 정당 위원장이라는 이름 아래 민주정치로 슬쩍 위장해서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1945년 이후 세상에서 새로 생긴 왕조는 하나뿐입니다. 1976년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권력을 장악한 장 베델 보카사는 스스로를 황제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를 탄압하고, 경제를 파탄 내면서 결국 보카사 정권은 3년 만에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독재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아들딸에게 권력을 이양합니다. 북한은 거의 80년간 대를 이어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데, 시리아(수리아)도 이와 비슷합니다. 시리아의 최고 지도자 바샤르 알 아사드는 말로만 대통령이지 사실상 세습 독재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공군 군관 출신으로서 1971년에 군대에서 음모를 세워 권력을 장악했는데 2000년까지 나라를 다스리고 바샤르 알 아사드를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옛 소련 출신 15개 새로운 국가 가운데에도 세습 독재정권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제르바이잔입니다. 소련 시절에 아제르바이잔 공산당 제1 비서였던 알리예브는 1991년 독립 선언 이후 최고 지도자가 되었고, 나중에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바로 그 아들입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옛 소련 출신 국가도 세습 독재 국가입니다. 2006년부터 나라를 통치해왔던 대통령은 2022년에 자신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북한과 관계가 좋은 동남아 국가인 캄보디아에서도 현재 세습 준비 중입니다. 1978년부터 나라를 독재자로 통치해온 훈센 수상의 아들이 현재 군대 사령관인데 나중에 후계자로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 세습 체제가 그리 유별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공화국으로 위장한 왕국들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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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