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은 청년동맹 결성 76주년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청년동맹은 1946년 창립 이후 계속 간판을 바꾸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로청 즉 ‘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이었고, 얼마 동안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으로 불렸는데 지난해부터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 간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바뀌는 이름과 관계없이, 이 단체의 본질은 별 변화가 없습니다. 청년 학생들을 감시, 통제, 관리하는 조직입니다.
수많은 북한의 조직과 단체들처럼 청년동맹의 역할과 구조는 옛 소련에서 복사한 것입니다. 1946년, 북한을 통치하던 조직은 인민위원회나 북조선 공산당이 아니라 소련군대였기 때문에 소련을 베끼는 일은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저는 소련 시대를 오래 경험한 러시아사람이기 때문에, 북한 청년동맹을 보면 제가 젊은 시절 가입했던 소련 콤소몰, 즉 공산주의 청년동맹과 비슷한 특징이 많이 보입니다.
누구든지 14살 때 가입하고, 공산당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30세까지 남아 있어야 하는 원칙도 소련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공산당이나 로동당을 모방하는 청년동맹의 구조도 소련에서 베낀 것입니다. 물론 조직 생활의 규칙도 거의 다 1930년대 소련 콤소몰과 매우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소련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감시가 북한만큼 심하지 않았고 조직 생활도 북한보다 엄격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입니다.
물론 북한 소년단 역시 소련의 소년단인 피오네르 소년단을 모방한 것입니다. 붉은 넥타이도 피오네르 소년단이 1920년대부터 사용해왔습니다. ‘항상 준비’라는 구호도 노어 번역입니다. 그러나 아주 흥미로운 지점은 삼각형 붉은 넥타이와 항상 준비라는 구호가 소련 공산당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1920년대 소련에서 만들어진 피오네르 소년단 자체도, 구호와 넥타이도 19세기 말 영국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보이스카우트 소년단을 베낀 것입니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경향이 짙은 소년 단체였던 보이스카우트는 지금까지도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오네르 소년단은 자신들이 보이스카우트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역시 소년단이 1920년대 말 만주에서 김일성이 만든 단체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것은 또 하나의 역사 왜곡인데요. 왜곡의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때문에 북한은 외국의 지원과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나라들에도 있지만, 북한만큼 심한 국가는 없습니다.
북한 청년동맹의 역할은 옛날 콤소몰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소련 역사를 보면 콤소몰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특징을 볼 수 있는데요. 1960-70년대 소련 콤소몰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실망과 적대감이 깊어지는 속도는 공산당 내부나 일반 사회보다 더 빨랐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 집권 계층, 특히 사업가와 자본가 계층의 출신을 보면 소련 말기 콤소몰 간부 출신들이 참 많은데요. 공산당 간부 출신 자본가보다 콤소몰 출신 자본가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나이든 세대보다 콤소몰의 젊은이들이 체제 변화에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청년들에게 사회주의를 주입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콤소몰은 매우 역설적이게도 소련 젊은이들에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사상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애국청년단도 같은 길로 갈 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련의 경험은 유의미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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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