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정은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며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재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미 신뢰구축 조치는2018년 초부터 북한이 실시해왔던 핵실험 및 대륙간미사일 발사 유예를 의미합니다. 바꾸어 말해서 19일,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북한이 머지않은 미래에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 아닙니다.
솔직히 미국은 지금 북한을 못 본 척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과의 회담을 시작해 5년 전 미국과 중국이 함께 만든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시키는 것이 시급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은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공격 능력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무력 시위의 기본 목적은 미국과의 회담, 그리고 제재 완화의 달성입니다. 이 입장에서 보면 분명 북한은 미국과 국제 사회에 가장 강력한 신호 겸 위협이 될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감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북한은 한동안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위협을 현 단계에서 실행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의 태도입니다. 중국은 유엔 제재에 동의한 적도 있지만 지금의 미-중 대립 속에서 북한을 매우 중요한 완충지대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계속 대북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재와 초특급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기근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바로 중국 덕분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중국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한다면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며 한미동맹,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이 지역 미군의 군사력도 증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2월 초 북경에서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리는데요. 중국은 올림픽 기간에 위기가 생기는 것을 조금도 원치 않습니다.
둘째 이유는 북한의 경제 상황입니다. 북한이 유예 조치를 파기한다면 미국은 회담장에 나오겠지만 보다 더 심한 대북 압박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북한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 압박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남한 선거입니다. 3월 초, 남한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요. 보수파와 진보파의 대립 속에 양측의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남한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통치자는 세습이 아닙니다.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유예 조치를 파기한다면 진보파에게 타격을 줄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 대통령에 진보파가 당선되는 것을 희망합니다. 진보파는 대북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수파는 대북지원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4-5월까지 즉 북경 올림픽 경기대회와 남한의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유예 조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 위기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유예조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북한이 유예조치를 파기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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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