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핵심 부품이 빠진 김정은 개인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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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김정일 생일, 즉 광명성절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광명성절에는 지난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보고 대회도 진행되었는데 개최 장소는 삼지연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통해 북한이 김씨 일가에 대한 개인숭배를 유지,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신처럼 여겨지며 오늘날에는 김정은 역시 하나님처럼 생각되고 있는데요. 바로 이것이 북한 체제 유지의 조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벌써 10년 이상 북한을 다스리는 김정은에 대한 개인숭배에서 기존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시행했던 개인 숭배의 중요한 몇 가지 작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첫째는 김정은의 생일에 어떤 공개 행사도 열지 않습니다. 북한의 관영언론은 김정은의 생일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은 1970년대부터 비공개적으로, 80년대 초부터는 공개적으로 매우 성대한 생일행사를 열었습니다. 집권 11년차를 맞는 김정은이 아직 공식적으로 생일 행사를 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우선, 2011년 권력 계승 당시 너무 젊어서 자신의 나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입니다. 또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특징은 바로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에 대해 아직 아무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은 1950-60년대엔 숭배 대상이 아니었으나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 급격히 신격화 됐습니다. 그러나 고용희는 아직 이름조차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가설이 있습니다. 김정숙은 물론 백두산 여장군이 아니지만, 그래도 김일성과 함께 유격대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고용희는 무용수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재일교포 출신입니다. 고용희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타카다 히메’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 선전일꾼들에겐 이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셋째는 김정은이 아직 자신의 사상을 개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은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난 이후 1960년대부터 ‘주체사상’을 들고나왔습니다. 김정일도 1990년대부터 선군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요즘 ‘김정은 주의’라는 말이 가끔 들리긴 하지만, ‘김정은 주의’에 담긴 사상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김정은이 사상적 이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상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직 김정은 초상화가 의무화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가끔 행사 때 김정은 초상화를 볼 수 있지만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열차마다 김정은 초상화가 걸려있진 않습니다. 김정일의 경우, 벌써 1970년대부터 개인집에서, 1980년대부터는 사무실과 공개 장소에서 초상화 설치가 의무화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5~10년 후에 김정은 생일이 명절로 선포되고, 고용희의 동상이 평양과 원산에 등장하고, 김정은의 독창적인 사상이 연일 강조되고, 모든 곳에 김정은 초상화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김정은에 대한 개인숭배는 몇 가지 핵심 부품이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