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완전한 실패로 끝난 하노이 회담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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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2월 27일, 세계의 언론매체들은 윁남 수도 하노이에 주목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날 하노이에서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윁남 측은 회담을 위해 성명서에 수표하는 행사와 만찬 행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미식가로 알려진 김정은과 북한 대표자들은 자신의 체중을 더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찬장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한의 외교 역사에서 가장 큰 실패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하노이를 방문할 때만 해도 평양역에서 화려한 환송행사가 열렸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도 김정은의 하노이 행을 대대적으로 알려 주었습니다.

당시 북한 측의 언행을 보면 벌써부터 큰 성공을 얻을 것을 확신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북한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요? 북한 측은 핵개발을 위한 시설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에 대북제재의 해제를 기대했습니다. 문제는 북한 측이 포기하겠다고 제안한 핵시설은 바로 영변 핵단지 하나뿐이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원래 영변에서만 이루어졌지만, 최근에 다른 시설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농축우라늄인데요. 농축우라늄 생산 시설은 영변뿐만 아니라 강선에도 있으며, 다른 곳에도 많이 있습니다. 영변 우라늄 시설은 핵심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큰 가치가 없는 낡은 핵시설 일부를 포기하고, 미국으로부터 모든 대북제재의 해제를 기대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은 해외와 경제교류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묵인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이러한 타협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은 제재뿐인데요. 오늘날 국제사회는 크게 분열되어 있습니다. 유엔에서 채택한 국제법인 대북제재를 해제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다시 제재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타협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양보에 해당합니다. 북한측은 왜 이와 같은 타협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예측할 수는 있는데요. 아마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당시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쳤고, 미국을 과소평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김정은이 측근의 잘못된 정보와 충고를 따랐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미국 측은 북한의 제안을 듣고 황당했을 겁니다. 미국 대표단은 더 이상 회담을 이어가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판단했습니다. 미국 측은 회담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북한 측에 회담 종료를 통보하고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이것은 세계 역사에서 전례가 그리 많지 않은, 완전히 실패한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호텔 직원들의 증언입니다. 직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김정은과 김여정은 회담이 실패한 후 호텔로 돌아와 멀리서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고 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은 남매의 분노를 호텔 직원들 모두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북 정상회담 전 자신감 넘쳤던 김정은은 처음으로 씁쓸한 현실을 마주했을 겁니다. 어쨌건 북한의 잘못된 분석과 비현실주의적 태도 때문에 실패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은 세계 외교역사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