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은 아실지 모르지만 지금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번에 러시아는 침략의 구실을 제대로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기본 이유는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민주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러 세력이 주도하는 위성 정권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논평을 통해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북한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도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유엔은 2일(현지시간) 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를 규탄했는데요. 193개의 유엔 회원국 가운데 러시아를 지지한 나라는 5개 뿐이었습니다. 북한은 이 5개 나라들 중 하나였습니다. 회의장에서 북한 대표는 모든 책임을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중국은 이 5개 나라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대표는 양측의 평화와 협상을 요구하며 기권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중국은 러시아의 친구가 아니었던 가요?
먼저 중국의 논리를 봅시다. 중국의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의 태도는 러시아의 태도보다 우크라이나에 가깝습니다. 바로 대만 문제 때문입니다. 중국은 대만이 분리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수십년 전부터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대만은 자신을 사실상 중국과 별개의 나라로 생각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포하지 않았지만, 대만 내에서 갈수록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동부에도 독립을 주장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의 명분 중 하나로 이들을 보호한다는 점을 내세웠는데 바로 이 점이 중국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점입니다.
중국은 대만 무력 침공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 한데요. 만약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며 친러시아의 입장에서 독립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몇몇 지역을 인정한다면, 지금까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 온 중국 자신의 논리에 큰 모순이 생깁니다.
특히 러시아 측이 중국의 애매한 태도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중국이 러시아에게 받을 타격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러시아는 자신의 침공 때문에 심각한 국제 제재를 받고 핵심 수출품인 지하자원의 수출길이 막혔습니다. 러시아가 자원을 팔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입니다. 러시아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의 외교적 태도가 아니라 중국이 ‘러시아의 지하자원을 수입할 의지가 있는지’ 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북한은 국제 질서와 국제 사회의 안정에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러시아에서 원조를 받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원조가 제일인데, 군사기술 원조도 좋고, 최소한 외교적 지원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그 때문에 유엔 특별총회에서 북한 대표는 러시아를 옹호하고,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측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유엔 회의장 연설로, 북한이 러시아에서 지원이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러시아에서 물질적인 대북지원이 올 가능성은 여전히 거의 없습니다. 전쟁과 경제난에 직면한 러시아는 북한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어서 북한을 겨냥한 새로운 결의안을 쉽게 무산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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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