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윤석열 후보의 당선, 남북 관계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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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한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김씨 일가가 대를 이어 세습하고 있는 북한과 달리, 남한은 민주 국가입니다. 아마 이번 선거만큼 이 사실을 잘 확인시켜 준 전례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10명이 넘는 후보자가 있었지만 사실상 이번 선거는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의 1:1 대결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의 결과는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후보자 간의 표 차이가 굉장히 적었기 때문인데요. 전국에서 선거함을 열고 투표지를 계산하고 이 과정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생방송됐습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남한 사람들이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빌었는데요. 새벽 4시가 돼서야 결과가 확정됐습니다. 야당 후보인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윤 당선인과 낙선한 여당 후보의 표 차이는 0.8% 뿐이었습니다. 윤 당선인은 48.6%,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47.8%를 얻었습니다.

남한 국민들 중 다수의 결정에 따라 이제부터 5년 동안 나라를 통치할 대통령은 야당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입니다. 투표 결과로 민심을 해석해보자면 많은 남한 사람들이 여당인 민주당의 통치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그래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 국민의힘에 투표한 것입니다.

이것은 남한을 비롯한 민주국가의 특징인데요. 국민들이 통치자에게 불만이 있다면 4-5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제1 정당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정당을 바꾸는 것은 국가의 기본 정치 노선을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북한에도 선거가 있기는 하지만 극장 공연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후보는 1명뿐이고 투표자들은 기권을 선택할 권리조차 없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민들의 투표로 정해질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릅니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상대할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어떤 의미일까요? 윤석열 후보의 당선 자체가 남한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오늘날 남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남한 국민들은 북한에 많은 지원과 양보를 해주면 핵을 포기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북한은 연속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복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선거 기간, 윤 당선인은 대북지원이나 북한과의 교류를 할 의지가 있다고 했지만 기본 조건은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양보를 할 마음이 아예 없습니다. 그 때문에 윤석열 시대,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윤 당선인이나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생각이 아닌 남한 사람들 다수의 생각입니다.

민주국가인 남한에서 국민 대부분의 기대와 세계관과 엇갈린 정책을 실시한 정치인은 심한 타격을 받습니다. 국민들의 뜻을 반대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 국민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민주국가에서 최고지도자는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얼마 동안, 남북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