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한의 공안당국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비밀조직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적발했는데요. 이 조직에 참가한 사람들 다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즉 민노총의 간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북한 공작원들에게 공작금을 받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정치활동, 반정부 활동을 해왔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남한을 위해 이런저런 활동을 했던 사람이 체포된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이 사람들은 변호사도 구할 수 있고 인권도 보장됩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을 조사하는 공안당국 조사원들을 마구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북한의 지시를 받아 활동했다고 해도 형무소에서 형기를 채우면 석방되고, 그 후에도 정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비밀조직원들은 테러 행위를 하지도 않았고 극비 군사 서류를 전달하지도 않아서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흥미로운 경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15~20년 전부터 보이기 시작한 경향인데요. 제가 한국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부터 북한의 공작금을 받고 김일성, 김정일에게 충성 맹세를 한 조직들이 가끔 노출됐습니다. 1990년대에 이러한 활동을 한 사람들 대부분은 25세에서 35세의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주로 대학생들이나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운동권 출신 졸업생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 많은 수가 아직도 비슷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일부는 과거와 완전히 반대되는 활동을 합니다. 바로 탈북자를 도와주고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도 이러한 간첩 사건들은 가끔 적발됐습니다.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은 갈수록 체포되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2000년대 간첩단의 나이는 평균 40세 정도였는데, 2010년대 그들의 나이는 50세가 되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30년 전 북한의 주장을 믿고 로동당을 위해서 활동했던 사람들도, 오늘날에 같은 행동으로 체포되는 사람들도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는 겁니다. 세월이 갈수록 북한 정찰국과 보위부에 고용된 밀정들은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큰 변화를 보여주는 특징입니다.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남한의 대학 캠퍼스는 친북 사상과 극좌익 사상의 소굴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30년 전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대체할 젊은이들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것은 남한 젊은이들이 보수파를 지지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지금 20, 30대 청년들의 보수 지지율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남한의 젊은 진보파들은 북한 체제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그들이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사회주의 정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들 대다수는 북한 체제를 매우 싫어하거나 무시합니다. 한국 젊은 사람은 보수파이든 진보파이든, 오늘날 북한이 위험하고 시끄럽고 매우 어렵게 사는 독재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남한의 극한 친북세력, 주체사상파 세력은 사실상 재생산에 실패했습니다. 이런 식이면 20년 후, 북한 보위부가 포섭할 사람들 대부분은 70~80대 노인들일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