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경제실험, 돈이 힘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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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북한은 매우 재미있는 경제 실험을 했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화폐가 없는 사회, 돈이 힘이 없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그가 생각했던 사회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나이와 지식에 따라 직업을 부여 받고, 식량을 거의 공짜로 배급 받고, 누구든지 국가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회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국가가 움직이는 경제입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북한은 1974년 4월 1일 ‘세금 제도 폐지의 날’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10~15년 동안 매우 시끄럽게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선전은 해외에서는 웃기는 소리로 취급됐습니다. 왜냐하면 세금 없이 국가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금 없이 학교와 병원이 어떻게 건설될 수 있겠습니까. 도로와 철도는 또 어떻게 건설할까요. 도로와 철도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국가가 만드는 것입니다. 또 군대와 경찰은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요? 소학교 교원도, 군대의 장교 월급도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국가에서 나옵니다. 국가는 이런 모든 것을 위해 돈을 마련할 의무가 있고 그게 바로 개인과 기업에서 걷는 세금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국가를 운영하는 세금을 내기 때문에 국가의 주인은 바로 국민들이 되는 것입니다.

또 세금을 안 낸다는 것이 국가에 아무것도 바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개인에게서 직접 돈을 받는 대신에, 사람들이 다니는 기업소에서 돈과 자원을 얻었습니다. 말로는 국가 소유인 기업소의 소득이지만, 사실상의 세금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기업으로부터 얻은 돈은, 당연히 노동자들에게 생활비로 지급해야 하는 돈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특히 70-80년대 노동 동원을 많이 했습니다. 시골에서 모내기를 하기도 했고, 가을 수확에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노동으로 지급하는 세금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금 징수는 동서고금을 떠나서 국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설명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에서 세금 제도 폐지 이야기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고난의 행군 이후 사실상 세금이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은 부자는 세금을 많이 바치고, 어렵게 사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세금 부과 방법이며 세금 제도가 조용히 부활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 시장경제 국가에서 세금 제도는 양극화를 완화하는 용도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번 사람, 즉 소득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소득에서 국가에 세금으로 바치는 비율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매월 2천 달러, 중국 돈으로 14,000위안을 버는 사람은 미국에서 매우 어렵게 사는 사람인데요. 소득에서 단 15%만 세금으로 바칩니다. 반면에 한 달에 10,000달러 정도 버는 대학교수는 세금으로 35% 정도를 나라에 냅니다.

조만간 북한에서도 세금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금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예방하는 조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북한 사람들도 세금 제도 폐지 조치를 과거에 일어난 웃기는 일 중 하나로 기억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