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두 국가론’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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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은 고 김정일이 제안한 ‘민족대단결 5대 방침’ 발표 27주년입니다. 그러나 북한 관영 언론은 별 기사를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 관영 언론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는 금지어가 됐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작년 12월, 김정은은 이제부터 남한과의 평화통일을 자신의 정치 목적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남북 관계는 같은 민족의 관계보다 적대적인 양국 간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후에는 북한에서 통일에 대한 많은 자료가 삭제되고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이 철거됐습니다.

북한은 갑작스럽게 사상을 180도로 바꾸고 있는데요. 북한의 새로운 정치노선에 대한 남한의 반응은 어떨까요?

사실 남한 사회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변화에 관심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남아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지배적인 태도입니다. 남한 젊은이들에게 북한은 경제 상황이 어렵고 정치가 매우 이상한 독재국가 중 하나입니다.

남한 학교에서 학생들은 초등학교 즉 북한의 소학교 1학년 때부터 통일에 대한 교육,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교육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청취자들의 예상과 달리 오늘날 남한 학교의 교육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고, 반대로 통일과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남한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고, 절반 이상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의 새로운 반통일 사상에 당황한 것은 남한의 진보 세력입니다. 그들은 통일을 주장했고 대북정책을 통일 준비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에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많은 대북 지원을 했고 식량을 보냈습니다. 또 이 같은 대북 지원과 원조가 통일을 위한 투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평화통일을 포기하고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정하면서 진보 세력의 대북지원, 원조 주장은 그 이유를 잃었습니다. 또 북한이 평화통일을 할 생각이 없다고 시끄럽게 주장하므로, 남한 진보세력은 자신들의 정책을 통일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반응은 침묵입니다. 지난 3~4개월 정도 남한 진보 언론은 통일 이야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북한 상황에 대한 분석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한 보수세력에도 영향이 없진 않았습니다. 대체로 보수의 주류는 먼 미래에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보수세력 대부분은 통일은 멀고 먼 미래의 과제로 여겼고 현 단계에서 북한을 통일 대상보다 억제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대부분은 남북 교류에도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평화통일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자, 보수세력의 통일관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올해 초부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신문에서는 그 전에 거의 없었던 평화통일에 대한 찬양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수파는 평화통일 이야기를 함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영향력 있는 민족주의 사상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두 국가 선언으로 진보세력은 대북 포용 정책을 주장할 이유를 잃었고 보수세력은 민족 대표로서 평화통일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