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이 아직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남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만나고,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오늘날 당시 나왔던 남한 언론 기사들을 보면, 웃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낙관적인 전망 일색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언론들은 남북 관계에서 협력의 시대,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기대에 찼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이 핵무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핵 보검을 찬양하는 걸 보면 2018년 4월의 남한 언론을 장식했던 낙관적인 분석은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2018년의 희망이 실망으로 바뀐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상황은 동상이몽, 즉 같은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남한, 북한, 미국 등의 참가국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었고 목적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으로 2018년, 남한과 북한은 공유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수소탄 실험을 하고 대륙간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미북 관계는 빠르게 악화됐고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였습니다. 따라서 남한 측도, 북한 측도 평화를 얘기하며 좋은 말로 긴장을 완화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진짜 목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뿐 아니라 미국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그 대가로 낡은 영변 핵 단지를 포기하면 충분하다고 계산한 것 같습니다.
미국 측은 사뭇 다른 생각이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한 보상 약속과 위협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막대한 보상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남한 문재인 정부는 어떤 목적이 있었을까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핵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고 한반도에서 위기감을 고조시키지 않기를 희망했습니다. 남한 정부도 북한이 조용하게 있는 대가로 대규모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만 남한이 북한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미국은 핵 포기를 하지 않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충돌은 불가피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2018년과 2019년,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참가국들의 입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각국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타협에 대한 희망은 2019년 여름 이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018년 당시에도 남북미는 끝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다만 당시 참가국들, 특히 남한은 현실에 눈을 감고 보고 싶은 것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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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