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지도부에게 남한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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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남한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자신의 북한 측 상대방이라 할 수 있는 리선권 로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언제, 어디, 어떤 형식이든 만나, 대화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의 확실히, 리선권은 이 제안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거나 또는 남한을 향해 다수의 욕설이 포함된 담화를 발표할 것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예상하는 걸까요?

20여 년 전부터 북한이 남한을 보는 시선을 관찰하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에게 남한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돈과 가치 있는 물건을 공짜로 주는 나라입니다.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평등한 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남한은 북한과 경제 협력을 했을 때마다, 많건 적건 돈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2008년까지의 금강산 관광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남한의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 많은 남한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관광객은 예측했던 숫자의 30-40% 정도였습니다. 결국 남한 기업은 돈을 버는 것보다, 금강산관광 지원을 위해서 돈을 내야 했습니다. 이와 같은 돈의 일부는 남한 국가 예산에서 사용됐습니다. 남한 당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은 몇 년 이내에 무너졌을 것입니다.

개성공업지구도 비슷합니다. 공업지구에서 활동했던 남한 회사들은 비교적 돈을 잘 벌었습니다. 그러나 남측 회사들이 개성공업지구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성공업지구의 시설이 잘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업 지구의 도로, 전기, 수도 등은 모두 남한 국가예산으로 깔리고 작동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은 정부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남한 정부는 왜 이런 지원을 제공했을까요? 물론 인도주의 목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는데요. 남한 측은 대북 지원을 하면서, 이것이 평화공존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습니다. 말로는 통일로 가는 준비라고 했지만, 남한 지도부는 사실상 평화공존을 원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남한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가장 핵심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입니다. 결의안에 따라, 대북 경제 협력이나 지원이 거의 모두 금지됐습니다. 전세계 누구든지 북한 국내에 건물이나 공장을 짓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개성공업지구나 금강산관광과 같은 사업은 불가능합니다. 북한과 달리 국제사회와 교류하며 살아가고 있는 남한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할 수 없습니다. 매우 심각한 경제적, 정치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남한은 보수당이 집권했는데요. 보수 행정부는 대북 지원을 할 의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까지 집권했던 문재인 정부는 대북 지원에 대한 의지가 컸지만 그들도 대북 지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돈을 주지 않는 남한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북한측이 남한 통일부 장관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리라 판단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